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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위기의 동네서점들, ‘문화사랑방’ 변신중

등록 2017-02-08 15:28수정 2017-02-08 21:33

대형·온라인서점 이중공세 맞서
작가 초청 낭독회·강좌·모임 주도
지역주민과 소통으로 활로 모색
“작은 서점 살리려면 완전정가제를”
인문학자 김경윤(가운데)씨가 지난달 4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한양문고 주엽점에 새로 문을 연 강의실 ‘한강홀’에서 출판기념회를 겸한 ‘예수, 장자 그리고 나의 책이야기’ 강좌를 연 뒤 참가자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인문학자 김경윤(가운데)씨가 지난달 4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한양문고 주엽점에 새로 문을 연 강의실 ‘한강홀’에서 출판기념회를 겸한 ‘예수, 장자 그리고 나의 책이야기’ 강좌를 연 뒤 참가자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대형서점의 잇따른 지역 진출과 온라인 서점의 가격 공세, 독서인구 감소 등으로 위기에 내몰린 동네서점들이 지역 문화사랑방 구실을 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는 지난해 5월 일산동구 백석동에 교보문고가 들어선 뒤 30여개 동네서점 매출이 15~30%가량 줄었다. 교보는 5~6월께 고양 삼송지구에 추가 개점 공세도 펼치고 있다. 이에 큰 타격을 받은 지역 서점 한양문고는 지난달 주엽점에 50석 규모의 강의실(한강홀)과 세미나실을 열고 문학, 역사, 철학,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강좌를 날마다 열고 있다. 한양문고 아카데미에는 인문학자 김경윤씨의 ‘세대공감 북콘서트’, 영화감독 최종태씨의 ‘에로스 인문학’, 역사학자 박영규씨의 ‘조선사 특강’ 등 지역작가들이 활발하게 참여 중이다. 영화감상 동호회 ‘필통’(대표 안종탁)의 영화상영과 클래식, 월드뮤직 감상회도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서점은 현재 진행 중인 책모임 7개를 올해 안에 20개로 늘릴 계획이다.

남윤숙 한양문고 대표는 “지역 서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주민과 어울려야 한다. 책을 매개로 주민과 더 가까워지고 다양한 형태의 모임이 꾸려져 운영은 힘들어도 힘이 난다”고 말했다.

영화감독 최종태씨(왼쪽에서 두번째)의 에로스 인문학 강좌 ‘지금은 사랑할 때’가 지난 6일 고양시 한양문고 주엽점 ‘갤러리 한’에서 열리고 있다.
영화감독 최종태씨(왼쪽에서 두번째)의 에로스 인문학 강좌 ‘지금은 사랑할 때’가 지난 6일 고양시 한양문고 주엽점 ‘갤러리 한’에서 열리고 있다.
이 보다 작은 책방들도 ‘교보 쓰나미’를 버텨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백석동 문학전문서점 ‘미스터 버티고’는 커피, 맥주를 함께 팔고 있지만 코앞에 교보가 들어온 뒤 매출이 15~20%나 줄었다. 버티고에서는 일산에 사는 은희경 작가 제안으로 매달 셋째 주 목요일에 낭독회가 열린다. 은씨의 소설 <중국식 룰렛>과 <아내의 상자> 낭독회 땐 주민 40여명이 서점을 가득 메웠다.

신현훈 버티고 대표는 “교보문고 개점 뒤 일반손님은 거의 끊기고 손님이라곤 단골과 소문 듣고 다른 지역에서 찾아온 손님뿐”이라며 “이렇다 할 문화행사를 못하고 있었는데, 은씨의 낭독회가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10년째 지역 문화사랑방으로 자생력을 갖춘 어린이·청소년 전문서점인 ‘알모책방’은 외부 영향을 적게 받는 편이다. 10여개의 독서동아리가 둥지를 튼 이 책방은 <백석평전>의 안도현 시인과 그림책 <강냉이>의 김환영씨 등 수많은 작가가 다녀갔다. 최영미 대표는 “서점이 책을 팔아 운영비를 벌어야하는데 그런 면에서 아직 정상적인 서점을 만들지는 못했다. 교보가 지역에 서점을 마구 내기보다는 지역의 작은 서점에 책임감을 느끼는 믿음직한 맏형 구실을 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김남인(후곡문고 대표) 고양시서점연합회장은 “대형서점 입점 뒤 더 힘들어졌다. 문화활동을 통해 주민과 소통하는 게 그나마 살길인데 단기간에 매출로 연결되지 않아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지역 서점 대표들은 “작은 서점과 출판사 등 출판생태계가 살 수 있는 길은 현행 ‘10% 할인·5% 적립’ 방식이 아니라, 거품을 뺀 ‘완전한 도서정가제’ 도입”이라고 입을 모았다. 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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