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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구제역 ‘물백신’ 대 ‘부실접종’ 다툼, 진실은

등록 2017-02-09 17:04수정 2017-02-09 22:13

농가 “제대로 접종” 방역당국 “관리·접종서 문제”
보은·정읍·연천 이어 보은서 또 양성 확산 조짐
보은·정읍은 ‘O’형, 연천은 ‘A’형 서로 달라 혼선
연천 농가는 ‘O+A’형 백신 접종했는데 ‘A’ 형 확진에 당혹
충청·호남을 거쳐 수도권까지 도깨비불처럼 번지는 구제역 발생 원인을 놓고 백신이 도마 위에 올랐다. 농가에선 백신 자체 효능이 떨어진다며 ‘물백신’ 주장을 하는 반면, 방역 당국은 농가의 ‘부실접종’을 부각하고 있다.

충북도는 9일 보은군 탄부면 구암리 한우 농가(151마리 사육)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돼 간이 검사를 한 결과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 농장은 지난 6일 올해 첫 구제역이 확진된 보은군 마로면 젖소 농장에서 1.3㎞ 떨어진 곳에 있다. 앞서 전북 정읍(한우), 경기 연천(젖소) 등에서 확진이 잇따르는 등 구제역이 확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보은·정읍에서 발생한 구제역 혈청은 O형인데 연천 쪽은 이와 다른 A형으로 드러나 농가와 방역당국 모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총괄과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12일까지 전국 모든 소의 일제 접종을 추진하고 있다. A형이 발생해 ‘O+A’혈청 백신은 A형 유전자를 분석할 때까지 보류하고 O형부터 접종한다. 연천 등 역학 지역은 시급성을 고려해 O+A형을 긴급 접종한다”고 밝혔다. O+A형 백신은 전체 7종류의 구제역 가운데 국내에서 발생 경험이 있는 A형과 O형 항체를 동시에 형성시킬 수 있어 정부가 앞서 전국적으로 배포한 백신이다.

정부조차 두 가지 형태 구제역 동시 발생으로 갈팡질팡하는 사이 농가들은 백신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구제역이 발생한 정읍 한우 농가의 항체 형성률은 5%, 보은 젖소 농가는 19%에 그쳤다. 두 곳 모두 제대로 백신을 접종했다고 주장한다. 보은 발생 농장의 최아무개(40)씨는 “축협에서 백신을 받아 안내한 대로 제대로 접종을 했는데 너무 낮은 항체 형성률을 보고 놀랐다. 백신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창섭 충북도 축산과장은 “백신에는 큰 문제가 없다. 소 50마리 이상 대규모 농장은 자가 접종을 하는데 백신 관리, 접종 과정상의 문제 때문에 항체 형성률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듯하다. 공공 방역 수의사 등 공인 수의사 접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충북도 등이 벌인 구제역 발생 농가 주변 소의 항체 형성률 검사에서도 가축전염병예방법상 소 항체 형성률 기준(80%)에 미달하는 결과가 나왔다. 충북도가 지난 8일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발생 농가 반경 500m 안 한우·육우 농장 9곳의 평균 항체 형성률은 54.4%, 3㎞ 안 젖소 농장 11곳은 평균 73%에 그쳤다. 특히 공공 방역 수의사가 접종한 한 농장의 항체 형성률도 68.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문제의 원인을 농가의 ‘부실접종’으로 내몰던 방역 당국을 머쓱하게 했다.

A형이 발생한 연천은 더욱 당혹스럽다. 조한욱 연천군 가축방역팀장은 “발생 농가는 지난해부터 ‘O+A’형 백신을 접종했는데도 이번에 A형 구제역으로 확진되면서 농가들이 당황하고 있다. 접종 잘못만을 얘기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농가들은 방역 당국과 자치단체 등이 책임을 떠넘긴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보은지역 한 축산인은 “접종만 제대로 하면 100% 가까이 항체가 형성된다고 거짓말만 했지 단 한 번도 접종 관련 교육·점검을 하지 않았다. 모든 책임을 농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이동 제한이 풀리기만 하면 축협이든, 정부든 달려가 따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신영 충북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백신이 효과가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정부가 백신의 항체 형성률을 과신한 부분이 있다. 가축 스트레스, 접종 과정상 문제 등으로 접종을 꺼리는 농가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항체 형성을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등 후속 관리가 따라야 한다. 또 국내 가축 전염병에 적확한 ‘한국형’ 백신을 개발·보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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