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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포획 악명’ 일 다이지서 돌고래 또 수입

등록 2017-02-09 21:19수정 2017-02-09 21:38

끝나지 않는 돌고래 잔혹사
‘돌고래 무덤’ 울산 남구 생태체험관
5마리 폐사 겪고도 2마리 들여와

환경단체, 반입현장서 항의시위
“큰돌고래 몸길이 3.9m 이르는데
수심 3.5m 불과한 수조에 가둬”

9일 부산 동구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야외주차장에서 ‘울산 남구청 돌고래 수입반대 공동행동'이 일본에서 큰돌고래를 수입한 울산 남구와 이를 허가한 해양수산부, 환경부 등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김영동 기자
9일 부산 동구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야외주차장에서 ‘울산 남구청 돌고래 수입반대 공동행동'이 일본에서 큰돌고래를 수입한 울산 남구와 이를 허가한 해양수산부, 환경부 등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김영동 기자
9일 부산항과 울산 장생포에서는 비밀첩보작전을 연상케 하는 ‘큰돌고래 수송’을 벌인 울산 남구청에 맞서 환경·시민단체들의 항의와 추격전이 벌어졌다.

이날 오전 10시께 부산 동구의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야외주차장. 핫핑크돌핀스, 환경운동연합 등 22개 환경·시민단체 등으로 꾸려진 ‘울산 남구청 돌고래 수입반대 공동행동’(공동행동) 회원들이 모였다. 이들은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 들여오기 위해 일본에서 큰돌고래 2마리를 수입한 울산 남구와 이를 허가한 해양수산부, 환경부 등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큰돌고래들은 지난 8일 오후 3시께 일본 오사카항에서 출항한 여객선에 실려 이날 오전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큰돌고래들은 4~5살의 야생 암컷이다. 이들은 지난달 ‘몰아가기 포획’으로 악명 높은 일본 다이지에서 잡혔다. 선박들이 돌고래가 싫어하는 금속음으로 고래를 항만 안쪽으로 몰아 잡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돌고래가 다치거나 죽어 국제적 비판을 사고 있다. 국제환경단체인 ‘돌핀 프로젝트’는 지난달 20~24일 일본 다이지에서 100여마리의 돌고래가 잡힌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오전 10시10분께 공동행동은 야외주차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울산 남구는 반생명적인 돌고래 수입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몸길이가 3.9m에 이르는 큰돌고래가 수심 3.5m에 불과한 고래생태체험관 수조에서 지내면 스트레스로 폐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공동행동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곧바로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화물차량 출입구 근처로 자리를 옮겼다. 무진동 화물차가 큰돌고래를 싣고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으로 가면 따라가기 위해서다. 40분가량 기다렸지만 무진동 화물차는 나타나지 않았다. 공동행동의 한 관계자는 “큰돌고래 수입 일정과 경로 등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울산 남구와 해수부, 환경청 등 관련 행정기관은 ‘영업비밀’ 등을 들어 비밀리에 수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이날 큰돌고래 수송은 첩보작전을 연상케 했다. “큰돌고래를 실은 화물차가 울산으로 향했다”, “좁은 운반용 수조에 20시간 넘게 갇혀 있던 큰돌고래가 스트레스를 받아 아직 부산항에 있다”는 등 엇갈린 소식이 들어왔다. 그사이 무진동 화물차는 이날 오전 11시50분께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울산으로 출발했고, 공동행동도 뒤늦게 무진동 화물차 뒤를 쫓아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까지 따라가 항의시위를 벌였다.

울산 남구 고래생태체험관은 환경·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돌고래 폐사율 세계 최고’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고래생태체험관은 남구 등이 관리·운영하는데, 2009년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5마리의 돌고래가 죽었다. 고래생태체험관이 개장할 때 들여온 돌고래 4마리 가운데 암컷 1마리가 2개월여 만에 폐사했고, 2012년 3월 추가로 들여온 암컷 돌고래 2마리 가운데 1마리가 전염병으로 같은 해 9월 죽었다. 2014년 3월엔 암컷 돌고래가 낳은 새끼가 숨졌다.

특히 울산 남구는 2015년 6월 새끼 돌고래 폐사와 같은 해 8월 동료와 몸싸움을 하다가 다쳐 패혈증으로 숨진 수컷 돌고래 폐사 사실을 숨긴 채 지난해 초 큰돌고래 2마리를 일본 다이지에서 수입하려다가 반대 여론에 부닥쳐 보류했다. 이번에 고래생태체험관 재개장(7일)에 맞춰 2억원을 들여 또다시 큰돌고래 2마리를 반입한 것이다. 울산 남구 등은 지난달 24일 “고래생태체험관은 2015년 유료 입장객이 90만명에 달할 정도로 울산의 대표적인 관광시설이 됐다. 현재 수족관의 돌고래가 3마리에 불과하고 나이가 15~18살에 이르는 등 노령화됐다. 고래 도시 울산의 이미지 확립을 위해 큰돌고래 추가 수입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는 “돌고래를 좁은 수조에 가둬놓고 오락거리로 삼는 것은 동물 학대이자 생태계 파괴 행위다. 야생 돌고래는 하루 100㎞를 헤엄치며 평균 40~50년을 산다. 어떤 사육 환경이라도 돌고래에게는 감옥과 마찬가지다. 돌고래 잔혹 학살로 세계의 비판을 받는 일본 다이지에서 큰돌고래를 들여온 것 또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칠레와 코스타리카는 고래류 수조 사육을 금지했고, 인도도 돌고래 수족관을 모두 폐쇄했어요. 미국 볼티모어 국립수족관은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계획을 실행 중이고, 조지아 아쿠아리움도 영구적으로 돌고래 등을 들여오지 않기로 했어요.” 조약골 공동대표는 우리나라가 생태학살자란 국제적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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