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앙로역사에 마련된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추모의 벽에 꽃이 꽂혀 있다. 연합뉴스
“대구지하철 참사가 터진 지 14년이 흘렀어요. 하지만 유가족들은 아직도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어요. 혼자는 무서워서 지하철을 타지 못하고, 집안에서 전깃불도 끄지 않고, 방문도 닫지 않은 채 살아요.”
‘2·18 안전문화재단’은 “2003년 2월18일 대구지하철 참사로 숨진 192명의 유가족 44가구를 최근 조사한 결과, 유가족 3명 중 2명은 심각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각종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14일 밝혔다.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71%는 14년이 지나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이후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잃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30%), ‘추모사업이 진행되지 않는 것’(25%),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 미흡’(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바라는 추모사업은 ‘추모묘역 조성’(32%), ‘추모공원 조성’(22%), ‘추모탑 건립’(17%) 등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공무원에 대한 이들의 신뢰도는 대구시 공무원 13.6%, 중앙 공무원 11.4%로 시민단체(43.1%)보다도 낮았다.
조사를 맡은 최웅용 대구대 교수(산업복지학과)는 “유가족들이 전체적으로 무엇을 해도 의욕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혼자 지하철도 못 타고, 집안의 불을 끄지 못하며, 문을 늘 열어놓고 있을 만큼 증세가 심각한 상태였다. 이렇게는 사회생활이 어렵다”고 말했다. 윤석기 대구지하철참사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지금까지 제대로 진행되는 추모사업이 전혀 없다. 많은 유가족이 참사 당시보다 참사 이후 대구시 수습 과정에 더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일 2·18안전문화재단 이사장은 “전체 유가족 180여가구 가운데 44가구만 이번에 조사했다. 연락이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락이 끊긴 유가족도 모두 찾아내 트라우마 치유를 할 예정이다. 또한 개인·집단 상담, 여행, 힐링캠프 등 치유와 함께 추모사업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