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집을 잃은 다섯 남매의 아버지 오산권(39)씨가 14일 불에 탄 집 위에 쌓인 잔해더미를 황망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놈의 기름값이 뭐라고….”
불 탄 집 자리엔 부서진 잔해만 수북했다. 코끝을 스치는 탄내가 지난 ‘화마’를 가늠케 했다. 14일 오전 충남 공주시 계룡면의 한 시골 마을.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집의 흔적을 바라보는 오산권(39)씨의 눈이 벌게졌다.
지난 8일 저녁 6시15분. 오씨는 읍내의 중국집에서 짬뽕을 주문하고 있었다. 퇴근길, “짬뽕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셋째 얼굴이 아른거려서였다. 그 시각 그의 집에선 불길이 번지고 있었다. 기름값을 아끼려 들여놓은 화목 보일러가 화근이었다. 연통이 과열돼 불이 일었다. 오씨의 아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불길에 속수무책이었다. 소화기가 있었지만 순식간에 번진 불을 끄기엔 역부족이었다. 아내의 전화를 받고 오씨가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집 전체가 화염에 휩싸여 있었다. 놀라 집에서 뛰쳐나온 아이들은 모두 내복 바람이었다. 다 타버린 집 앞에 서서 12살 큰딸이 아빠에게 물었다. “우리 이제 어떻게 해? 어디서 살아?”
오씨는 자동차 부품 가게에서 자재 정리와 배달 일을 한다. 월급은 190여만원. 그는 다섯 남매의 아버지다. 초등학교 4·5·6학년, 6살, 3살인 3남 2녀와 부부. 일곱 식구가 그의 급여로 생활한다. 그는 늘 겨울이 두려웠다. 기름보일러 펑펑 때기엔 오씨 가족의 삶은 너무 팍팍했다. 아이들은 겨울마다 감기를 달고 살았다. 올겨울엔 따뜻하게 보내려고 패놓은 땔감이 가족의 터전을 송두리째 태울지 꿈에도 몰랐다.
오씨는 “왜 하필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나…, 하늘이 원망스럽다. 이 겨울에 아이들 5명 데리고 어디로 가야 하나 막막하다”며 한숨과 함께 하얀 입김을 내뱉었다.
한순간에 집을 잃고 거리로 나앉은 상황. 다행히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지역 주민의 도움으로 몇 개월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다섯 남매에게 다시 살 집을 만들어주기 위해 지역 시민단체도 팔을 걷어붙였다. 공주참여자치시민연대는 ‘다섯 남매 집 짓기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지난 10일부터 시민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건축에 조예가 깊은 윤여관 공주참여연대 문화·교육팀장이 프로젝트의 총감독을 맡았다. 조립식 주택을 짓기 위해 필요한 자재비가 최소 3000만원 정도인데, 지금까지 모인 모금액은 한참 부족하다. 인건비를 아껴 최소 경비로 집을 지으려면 용접, 목공 등 재능기부도 절실하다.
윤 팀장은 “아무리 개인 실수라도 재난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의지할 데가 있어야 한다. 공동체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엔 그런 제도가 턱없이 부족하다. 각자 어려운 형편에도 후원금을 내준 시민들의 소중한 마음을 담아 기름값 걱정 덜 할 수 있는 따뜻한 집을 지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후원 계좌: 농협 356-1206-6034-53(정희숙: 공주참여연대)
글·사진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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