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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의 눈물·애환이 담긴 지역 이야기 ‘정연리 역사서’ 발간

등록 2017-02-15 17:22수정 2017-02-15 22:09

정춘근 향토 시인 등 지역 문인들이 1년 동안 집필
한국전쟁 등 경험과 전략촌 개척 역사 등 상세히 담아
1972년 정연리 전략촌 입주식. 정부는 수복지역에 주민들을 이주시켜 식량증산과 대북 심리에 활용하려고 전략촌을 만들었다. 이스라엘의 키부츠를 본보기로 ‘농업+전투’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사진 정연리 역사편집위원회 제공
1972년 정연리 전략촌 입주식. 정부는 수복지역에 주민들을 이주시켜 식량증산과 대북 심리에 활용하려고 전략촌을 만들었다. 이스라엘의 키부츠를 본보기로 ‘농업+전투’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사진 정연리 역사편집위원회 제공
“우리 아버지·어머니들의 눈물과 한으로 이뤄진 정연리 개척 역사서 발간은 주민 모두의 기쁨입니다.”

중부전선 최전방 전략촌 강원 철원군 갈말읍 정연리를 개척한 주민들의 삶을 담은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정연리역사편집위원회가 낸 <정연리 역사이야기>(사진)다.

철원 출신 시인 정춘근씨와 한국문인협회 철원지부 임민자 지부장·김백란 부지부장, 문학동인 모을동비(철원의 옛 지명) 현미숙 회장·황기숙 사무국장 등 지역 문인들이 정연리 개척 1세대 주민 30여명의 이야기를 녹취하고, <철원군지>와 <평강군지> 등 옛 자료와 신문기사 등을 찾아가며 1년여 작업 끝에 책을 완성했다.

정춘근 시인은 “철원에서 태어난 작가로서 지역 역사를 담아내고 기록하는 것은 책임이고 의무다. 한 사람의 이야기라도 더 담으려고 노력했다. 개척 1세대들이 점차 나이가 들고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너무 늦었다는 자책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연리는 한국전쟁 전까지 북한 땅인 평강군 남면에 속했다. 전쟁 때는 철원군과 평강군, 김화군을 잇는 이른바 ‘철의 삼각지대’의 중심지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남쪽이 수복했고, 지금은 철원군 갈말읍에 편입됐다.

책에는 전쟁 중 미군 폭격으로 주민 등 150여명이 사망한 마을의 비극이 담겨있다. 강제피난 조처로 전라도와 수원 등을 떠돌다 귀향해야 했던 주민들의 삶, 아침저녁으로 검문소를 통과하며 농사를 지어야 했던 정연리 농장 시절, 대북 심리전을 위한 전략촌으로 조성된 정연리 마을 형성 과정, 1996년 수해 발생과 마을 이전 등의 역사가 275쪽에 고스란히 담겼다.

정연리 역사이야기 책 표지.
정연리 역사이야기 책 표지.
1998년 10월19일 저녁 7시50분께 김진선 전 강원지사가 마을 방문을 위해 초소를 통과하려다 까다로운 신분확인 절차 탓에 출입을 포기하고 도청으로 되돌아가는 등 민북마을의 독특한 생활상을 담은 일화도 공개돼 흥미를 더하고 있다. 지금도 정연리를 찾으려면 군 당국의 신분확인 등 검문검색을 받아야 한다.

임성빈 정연리 이장은 “전략촌에서 보낸 유년시절은 대남·대북 방송이 밤마다 귀청을 흔들고 비상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면 하던 일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와 불안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부모님들은 전쟁의 참화로 황무지로 변한 땅을 옥토로 만들었다. 이 역사서는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꽃 피워낸 부모님들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정연리 역사편집위원회는 16일 오전 11시 마을회관에서 출판 기념식을 열어 주민들에게 책을 나눠줄 참이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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