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훼손죄로 징역을 살았던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이번엔 건설업자에게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2심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부산고법 형사합의1부(재판장 김주호)는 16일 부산의 건설업자 정아무개(53)씨에게서 50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조 전 청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 전 청장과 정씨 등의 진술과 친분 관계 등 증거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씨가 서울경찰청장 집무실에서 조 전 청장에게 3000만원을 줬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또 이 돈의 성격도 직무 관련성, 뇌물성이 인정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증거인멸·도주우려가 없다”며 조 전 청장을 법정 구속하지 않았다. 조 전 청장은 경찰청장 후보자로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던 2010년 8월 서울경찰청장 집무실에서 정씨를 만나 3000만원을, 경찰청장 재직 중이던 2011년 7월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 식당에서 정씨한테서 2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2015년 8월 이런 혐의로 조 전 청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1심은 “조 전 청장의 뇌물수수 혐의는 범죄사실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5000만원 가운데 2010년 받은 3000만원을 혐의사실로 인정하고 실형을 선고했다. 조 전 청장은 선고 뒤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상고심에서 변호사를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청장은 2010년 경찰 강연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차명계좌가 발견된 뒤 자살했다”고 발언해 사자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징역 8월을 선고받아 구속 수감됐다가 2014년 5월 만기 출소했다. 부산/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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