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파주시 청소 민간위탁은 거꾸로 가는 행정”

등록 2017-02-16 17:30수정 2017-02-16 22:06

[현장] 파주 환경미화원들 민영화 거부 17일째 천막농성
파주시 “청소서비스 개선, 예산절감 위해 불가피”
미화원 “청소행정 잘못따른 민원인데 책임 전가”
양평군·여수시·광주광산구 등은 민영→직영 전환
양평군 “직영뒤 고용안정·청소서비스 개선 효과”
경기도 파주시의 청소업무 민간위탁 방침으로 해고 위기에 놓인 파주시설공단 소속 환경미화원들이 15일 파주시청앞 천막 농성장에서 직접 고용을 촉구하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의 청소업무 민간위탁 방침으로 해고 위기에 놓인 파주시설공단 소속 환경미화원들이 15일 파주시청앞 천막 농성장에서 직접 고용을 촉구하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입춘(2월4일)이 지난 지 한참 됐지만 경기 파주시청 앞에서 17일째 천막농성 중인 환경미화 노동자들 가슴엔 아직 단단한 얼음덩어리가 박혀 있었다. 지난 15일 오후 농성장에서 만난 노동자들은 연신 “억울하다”고 말했다. 난방도 안되는 천막에서 서로의 몸으로 체온을 나눠온 미화원들은 <한겨레> 기자를 만나 “시의 잘못된 청소행정으로 주민 민원이 발생한 건데 미화원들이 모두 뒤집어쓴 채 해고를 강요당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사달은 지난해 12월 파주시가 16년 동안 파주 시내 일부 구역의 청소업무를 맡아온 파주시설관리공단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100% 민간위탁을 추진하면서 빚어졌다. 파주시는 다음달 12일부터 공단 소속 노동자들의 소속을 모두 민간업체로 전환한 뒤 환경미화 일을 시킬 계획이다.

파주시가 청소업무 민간위탁을 결정하면서 표면적으로 내세운 가장 큰 이유는 서비스 개선이다. 지난해 민간업체 7곳과 시설공단이 구역을 나눠 청소를 맡았는데 공단이 맡은 구역에서만 민원이 집중됐다는 것이다. 조윤옥 파주시 환경관리팀장은 “시설공단이 맡은 구역 주민들로부터 청소 부실 민원이 빗발쳐 청소 서비스 개선과 예산 절감 측면에서 민영화가 불가피하다”며 “청소노동자들이 회사를 만들어 시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민간전환 방식이라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부실 민원’이 발생한 까닭이 시설공단 쪽에 있다고 주장한다. “시설공단이 예산 절감한다며 지난해 토요일과 새벽(오전 4~6시) 청소업무를 전격 중단해, 적정 인원보다 20여명이나 적은 인원으로 주말에 쌓인 쓰레기를 한꺼번에 처리 못할 때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공단 쪽의 일방적인 근무시간 변경으로 휴일·야간수당을 못받게 돼 임금마저 한 달에 70만~80만원이 줄어든 상황에서 민영화가 추진되는 배경에 의문을 품고 있다. 권성식(47) 파주시청소노동자비상대책위원장은 “공단이 ‘민간으로 가면 월급도 많이 오르지만, 안가면 일자리를 잃는다’고 회유·압박을 가해 많은 미화원들이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냈다. 업무와 임금을 줄인 것도 미화원을 내몰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주장했다.

파주시의 일방적인 민영화 추진에 노동자들은 둘로 갈라졌다. 168명의 공단 소속 청소노동자 가운데 노동조합 간부 등 민영화에 찬성한 절반가량은 이미 지난해 사직서를 내고 3개 민간업체에 나눠 재취업했다. 남은 83명 중 정규직인 청소차 운전기사를 제외한 47명의 환경미화원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결국 민간업체 취업을 거부한 13명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농성에 나섰다.

경기도 파주시 산하 파주시설공단 소속 환경미화원들이 15일 파주시청앞 천막 농성장에서 직접 고용을 촉구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산하 파주시설공단 소속 환경미화원들이 15일 파주시청앞 천막 농성장에서 직접 고용을 촉구하고 있다

게다가 운전기사와 미화원의 민간위탁 전환 업무를 맡은 파주시설관리공단 소속 팀장이 민원인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 15일 검찰에 체포되면서 이번 민영화 계획 추진을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불신도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파주시의회 안소희(무소속) 의원은 “지방계약법상 부정당업체의 입찰 등 업체 선정 비리의혹에 대해 국회와 정부 차원의 조사를 요구해, 곧 실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후덕·박정 의원 등 파주지역 국회의원들도 시의 민간위탁 중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윤 의원은 “국민을 위한 공공서비스로, 주민 생활과 직접 관련된 청소업무가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 의원도 “파주시는 100% 민간위탁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직접 고용으로 안정된 근무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주시의 청소업무 100% 민간위탁 방침은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0년대 초 예산 절감과 서비스 개선, 업무 효율성 등을 내세워 전국 지자체를 휩쓴 공공서비스 민영화가 시간이 지나며 많은 부작용을 드러내 최근 일부 지자체는 다시 직접 고용으로 전환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전국민주연합노조의 설명을 들어보면, 2012년 이후 전남 여수시와 광주광역시 광산구, 경기도 양평군 등은 공공서비스 강화 차원에서 민간에 맡긴 청소업무를 직영으로 전환했다. 고양시는 주차관리, 교통약자 운전 등 민간에 위탁한 업무를 지난해부터 도시관리공사 직영으로 전환해 120여명의 노동자가 무기계약직이 됐다. 인천시등 몇몇 지자체도 민간 대행업체 선정과 인건비 부풀리기 등 비리가 잇따르자 공공 전환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청소업무를 민간 위탁에서 직영으로 전환한 양평군은 같은 인건비를 들이고도 노동자들이 일자리가 안정돼 만족도가 높고 민간 위탁 때보다 청소 민원도 크게 줄었다고 자체 평가한다. 홍윤탁 양평군 자원순환팀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민간 위탁 때는 업체가 이윤을 챙기려다 보니 부실운영이 빈번하고 위탁업무 말고도 다른 일에도 동원돼 직원들의 불만이 많았다. 또 청소 관련 민원이 발생해도 업체를 통해 처리하느라 신속한 대처가 어려웠는데 직영하면서 민영화 때 제기된 문제점이 거의 해소됐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위탁이 정답인냥 지자체들이 앞다퉈 도입했는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비효율적인 면과 부실운영이 많고 돈도 오히려 더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지난달엔 국회 사무처가 용역회사 소속이던 200여명의 국회 환경미화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행사 자리에서 우윤근 국회 사무처장이 “너무 늦게 국회 직원으로 모셨다. 앞으로 잘 모시겠다”며 큰절을 올려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

전국민주연합노조 김인수 정책국장은 “보통 민영화 전환을 추진하더라도 노동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오랜 기간에 걸쳐 추진하지, 파주시처럼 일시에 노동자 전원을 해고하고 청소업무를 모두 민간에 넘기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지금은 공공분야에서 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파주/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