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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5월27일에도 계엄군 무장헬기 떴다”

등록 2017-02-19 14:31수정 2017-02-19 19:52

“전남도청에서 헬기에서 쏜 총에 친구 맞아” 증언 나와
공격용 헬기 AH-1J 2대 투입…500MD 수는 11~22대
80년 5·18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가 5월27일 무장헬기에서 쏜 총에 친구를 잃은 시민군 김인환씨.
80년 5·18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가 5월27일 무장헬기에서 쏜 총에 친구를 잃은 시민군 김인환씨.
“군인들이 헬기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오면서 개인 소총을 갈겨댔다.”

1980년 5·18항쟁 당시 시민군으로 총을 들었던 김인환(58·당시 전남대 공대2)씨는 1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군인들이 헬기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오면서 소총을 쏘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계엄군이 시민군의 거점이었던 광주 금남로 옛 전남도청에 진입한 5월27일 새벽 후문에서 총을 들고 보초를 서고 있었다. “도청 후문 쪽이예요. 쪽문이 하나 있었거든요. 거기에 패널로 지어진 건물이 있었어요. 그 건물 옥상으로 계엄군이 헬기로 내려오면서 들이 갈긴 것이지요. 로프를 타고 사방을 돌면서 내려오는 것이지요.” 김씨는 당시 후문 쪽에 헬기가 2대가 떴고, 1대에서 헬기 1대에서 군인 4~5명이 내려왔다고 기억했다. 김씨의 고교 동창이었던 서호빈씨는 김씨와 함께 후문 보초를 서고 있다가 헬기에서 내려오던 군인들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김씨의 진술은 당시 계엄군이 80년 5·18민주화운동 내내 헬기 사격을 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각종 장애물이 있는 지상 사격과 달리 공중에서 하는 헬기 사격은 장애물이 없어 파괴력이 휠씬 높다. 특히 5·18항쟁 때 투입된 공격헬기 ‘코브라’(AH-1J)는 대전차 미사일, 로켓, 기관포를 달고 적 전차나 장갑차 공격이 주 임무라 살상력이 크다. 이 때문에 5·18 당시 비무장 시민, 칼빈 소총 등으로 무장한 시민군에 대한 군의 헬기 사격 논란은 당시 계엄군 발포의 정당성과 직결된 문제다. 군 당국은 헬기 사격의 민감성을 의식해 80년 5·18민주화운동 기간 동안 헬기 사격 사실을 강하게 부인해왔다.

하지만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옛 전일빌딩에서 발견된 총탄 흔적이 헬기 사격에 의한 탄흔이라는 공식보고서를 제출하면서 군의 헬기 사격 문제가 정부 공식 문서로 파악됐다. 5월27일 광주 진압 작전엔 무장 헬기가 4대 정도 투입됐을 가능성이 높다. 80년 5월 당시 시민군 상황실장 박남선(63)씨도 “80년 5월27일 새벽 3시 좀 넘어서 군인들의 공격이 시작됐고, 옛 전남도청 정면에서 헬기 두 대정도가 떠서 기관총을 쐈다. 금남로 옛 전일빌딩 쪽에도 난사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1989년 2월23일 열린 국회 5·18광주민주화운동진상조사특별위원회(광주특위) 29차 청문회에 출석해 “27일 새벽 3시 무장헬기를 동원한 계엄군은 수류탄 투척, 기관총 난사를 하면서 물밀듯 밀어닥쳤다”고 증언한 바 있다.

군이 작성한 광주소요사태분석(교훈집)-항공 작전지원내용.
군이 작성한 광주소요사태분석(교훈집)-항공 작전지원내용.
박씨가 본 헬기 2대는 시민군 김씨가 후문에서 본 헬기 2대와 각기 역할이 달랐을 가능성이 높다. 옛 전남도청 인근인 옛 전일빌딩 옥상에 시민군들이 캘리버 50기관총 등 중화기를 설치해 무장헬기의 집중적인 사격 대상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최근 옛 전일빌딩에서 발견된 185곳(외벽 35곳 포함)의 탄흔이 당시 헬기에 탄 군인 1~2명이 엠16 기관총을 쏴 생긴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박씨는 “도청 진압 때 헬기 사격을 한 것은 (우리를) 몰살시키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송 전남대 연구교수가 쓴 ‘5·18민주화운동 기간 헬기 사격 관련 군기록 종합분석(초안)’을 보면, ‘광주소요사태분석(교훈집)-항공 작전지원 내용’에 80년 5월29일까지 광주 일원에 헬기 5종에 31대가 운용됐다고 기록돼 있다. 31항공단(49명)은 공격용 헬기로 ‘코브라’로 불리는 AH-1J 2대와 다목적용 헬리콥터 500MD 12대를 운용한 것으로 나온다. 또 61항공단(53명)은 UH-1 11대와 U-1 1대를 운용했다. 다만 ‘육군1항공여단 작전지원 내용’을 보면 헬기의 구체적 작전 임무가 무력시위 및 공중화력 지원과 가스 살포 등 기타 특수 작전 지원’이라고 돼 있다. 이 자료엔 광주소요사태분석 자료와 달리 500MD 헬기의 숫자가 22대로 나온다.

육군1항공여단 작전지원내용.
육군1항공여단 작전지원내용.
신군부의 헬기 사격은 옛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가 자행된 5월21일 많은 광주시민들에게 목격됐다. 80년 5·18민주화운동 기간 중 시민수습위원장을 맡았던 고 조비오 신부, 적십자대원으로 활동했던 이광영씨, 광주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던 아놀드 피터슨 목사 등이 계엄군의 헬기 총격을 증언한 바 있다. 김희송 교수는 “80년 5월21일 오후 1시부터 3시 사이의 헬기 사격은 20사단이 도청투입 작전을 준비하던 중 공중화력 지원의 일환으로 자행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신군부가 헬기 운영의 주된 임무를 보급이나 선무방송, 전단살포로 주장하는 것과 달리 헬기 운영과정에서 공격 임무도 작전의 하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헬기를 이용한 사격은 5·18민주화운동 기간 동안 자행된 군의 폭력과도 질적 성격을 달리하는 야만적인 범죄행위로서, ‘자위권적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폭력적인 진압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신군부의 진압 논리의 허구를 드러내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신군부가 헬기에서 기관총을 연달아 발사하는 기총소사 여부가 밝혀질지 주목된다. 5·18기념재단은 김아무개씨가 80년 5월24~25일 광주-남평간 도로변에서 습득해 보관 중이던 탄피 3점을 기증받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생산시기와 제원 등을 밝혀달라고 의뢰할 방침이다.(<한겨레>16일치 2면) 이 탄피는 자체 길이 103㎜, 직경 30㎜로 ‘M61 벌컨포(Vulcan)’일 가능성이 높다. 이 탄피가 코브라 헬기(AH-1J)의 기관총 연속 발사 실탄에서 나왔다면 헬기 기총소사 여부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5·18기념재단은 이 탄피가 1980년 5월24일 육군 31항공단 103항공대의 코브라 헬기 운용과 직접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문영 5·18기념재단 5·18연구소 연구실장은 “헬기 사격 문제는 5·18 진상을 밝히는 데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헬기 사격이나 군 발포 명령과 관련돼 군이 공개하지 않는 자료들을 제공해 5·18진상이 온전하게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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