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천 반구대(포은대)와 집청정 일대 전경 울산 대곡박물관 제공
“동남지방의 명승 중에서 이곳이 가장 기이한데/시냇물은 구슬을 울리고 바위는 거북이 되었네”
조선 후기 문신 김형국(1683~?)이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천 반구대와 집청정 일대를 찾아보고 남긴 한시의 첫 구절을 번역한 내용이다. 반구대는 고려 말 포은 정몽주가 언양에 유배됐을 때 찾아 시름을 달래며 시를 지었다고 알려진 곳으로 뒤에 포은대라고도 불렸다. 반구대가 유명해지면서 조선 후기(1712년·숙종 38) 지역 유림이 반고서원(반구서원)을 세우고, 이듬해 대곡천 건너편에 경주 최씨 가문에서 정자 집청정도 지었다.
대곡천 반구대와 집청정 일대는 빼어난 절경 때문에 예로부터 많은 관리와 시인·묵객이 찾아 경치를 감상하고 한시를 남겼다. 겸재 정선과 그의 손자 정황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반구대와 집청정이 나오는 그림 2점도 전한다. 한시는 집청정을 처음 지은 최신기의 9세손 최준식(최경환, 1909∼1978)이 집청정에 보관된 한시를 필사해 <집청정시집>으로 묶어 정리했는데, 최근 울산 대곡박물관이 이를 번역해 <역주 집청정시집>을 펴냈다. 여기에는 260여명이 남긴 406수의 한시가 실려 있다.
대곡박물관이 <역주 집청정시집> 발간을 기념해 22일 ‘대곡천 집청정 유람길 걷기와 한문학 이해’ 행사를 마련했다. 행사는 오후 2시 박물관에 모여 장천사지에서 반구대를 거쳐 집청정까지 40여분간 걸어 답사한 뒤 집청정에서 <집청정시집>과 집청정·반구대·반고서원(반구서원)의 역사에 관한 설명을 듣고 거문고 연주도 감상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행사에 참가하려면 21일까지 박물관 누리집(dgmuseum.ulsan.go.kr) 행사코너에 신청하면 된다. 선착순 30명 모집.
신형석 대곡박물관장은 “답사 코스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유람하던 길이고, <집청정시집>은 조선 후기∼근대 반구대·집청정 일대 한문학과 선비들의 교유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다. 반구대(포은대)를 올바로 인식하고 서부 울산 지역사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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