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 쌍용도서관 지하에 있는 ‘한 뼘 미술관’의 모습. 쌍용도서관 제공
충남 천안 월봉산 자락 쌍용도서관 지하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52평 자투리 공간에 만들어진 작은 갤러리에는 1년 내내 그림 등 예술품이 걸린다. 일주일에 한 번씩 바뀌는 전시회의 주인공은 ‘누구나’다. 무명 지역 작가부터 일반 동호회까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대관료는 천안시의 지원을 받아 공짜다. 2012년부터 최근까지 183차례 전시가 이뤄질 만큼 성황이다. 올해 전시 일정도 이미 꽉 찼다.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은 오며 가며 자연스럽게 전시를 즐긴다. ‘한 뼘’에서 시작한 예술은 평범한 이들이 두루 나누면서 백 뼘, 천 뼘, 만 뼘 너머로 확장했다.
‘한뼘 미술관’은 천안시가 지원·육성하는 공공 문화 공간 사업이다. 구청이나 도서관 등 공공건물의 남는 공간에 전시 공간을 만들어 예술을 꿈꾸는 누구에게나 기회를 준다. 지금까지 쌍용도서관, 신방도서관, 서북구청 별관, 천안시청, 동남구청 별관 등에 작은 갤러리가 만들어졌다. 신방도서관의 갤러리는 북카페 한쪽에 차와 미술품 전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지역 예술가와 청년 작가들에게 한 뼘 미술관은 값진 기회를 제공한다. 삼거리갤러리는 개관과 함께 지역 여성 예술동호회인 ‘더원스’와 ‘여우회’의 서양화 전시회를 기획했다. 신인 작가를 발굴하고 성별과 세대를 넘어 지역 예술인들의 소통을 북돋으려는 차원이다. 서북구청의 한 뼘 미술관에서는 향나무 캘리그래피 동호회의 작품 50여점을 선보이는 ‘내 아이와 함께 하는 감성산책전’을 진행 중이다. 쌍용도서관의 갤러리에서는 지역 화가인 박민주씨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박씨는 2015년부터 해마다 쌍용도서관의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박씨는 “한 뼘 미술관은 대관료가 무료라는 장점뿐 아니라 도서관을 찾는 시민들에게 내 작품을 더 쉽고 친근하게 전달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시민들 반응 역시 긍정적이다. 신방도서관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고 전시가 자리를 잡으면서 갤러리에 대한 도서관 이용객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매달 마지막 주 문화가 있는 수요일 미술관에서 열리는 작가와의 만남에도 많은 관람객이 참여한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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