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12월 영화배우 김부선씨가 자신이 살고 있는 서울 성동구 옥수동 아파트에서 이 아파트의 난방비 비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난방투사’로 잘 알려진 영화배우 김부선이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탄흔이 남아 있는 광주 금남로 옛 전일빌딩을 무대로 열연할 예정이다.
영화 제작사 ㈜무당벌레 필름은 22일 “1980년 5월 광주를 소재로 한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다음달 초부터 다시 촬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김부선은 이 영화에서 머리에 총알이 박힌 채 5·18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가는 엄마 명희 역을 맡았다. 주인공 개그맨 희수의 생모인 그는 이 작품의 결말 부분에서 5·18 트라우마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삶을 마감하는 장소로 옛 전일빌딩을 선택한다.
광주 금남로 옛 전일빌딩 10층 내부 전경. 광주시 제공
옛 전일빌딩 10층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난사한 엠(M)16 탄환의 것으로 보이는 탄흔이 185곳(외벽 35곳 포함)이 발견된 곳이다. 박기복(54) 감독은 “3월 중순 또는 4월 초에 옛 전일빌딩을 무대로 영화를 촬영할 생각이다. 작품 속에 특수기법을 활용해 80년 5월이 남긴 탄흔도 넣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촬영을 시작해 작품의 35% 정도를 촬영한 박 감독은 ‘시민의 힘’으로 영화 제작의 새로운 힘을 얻고 있다. ㈜무당벌레 필름은 제작비 모금을 위해 지난달 10일까지 47일 동안 진행된 1차 ‘스토리 펀딩’을 통해 1800건의 후원을 받아 6900만원을 모았다. 지난 10일부터 배급 및 마케팅 비용 마련을 위해 7000만원 모금을 목표로 시작한 2차 스토리 펀딩 후원(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13361/episodes)
도 순항중이다.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100인 제작 추진위원회’(상임고문 함세웅 신부, 공동의장 김순흥·박영현)와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식 지정곡 선정을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본부’(공동의장 서정열·양희승)가 스토리 펀딩 후원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박 감독은 “현재 5월 개봉을 목표로 촬영을 할 생각이지만, 제작 시점은 상황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에서 80년 5월 생존자 엄마를 둔 딸 희수역을 맡은 주인공 이하나씨.무당벌레 필름 제공
5·18을 소재로 했다는 이유로 투자자를 구하지 못한 이 영화가 완성되려면 또 다른 투자의 계기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영화는 “5·18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독특한 영화적 상상력을 덧입혀 가족의 화해와 인권의 가치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지만, 그동안 투자자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영화 제작사와 박 감독은 지난 10일 결성된 광주시 제2호 아시아 문화산업 투자조합과 영화 투자문제를 두고 협의중이다. 박 감독은 “2013년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주최한 5·18 소재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당선된 작품인 만큼 영화가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아시아 문화산업 투자조합 등 각계가 관심을 가져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061)373-0371.
광주/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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