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광주 금남로 시국촛불대회에 등장한 대형 펼침막에 인쇄된 사진과 구호. 광주시민둥동존부 제공
“와~”하는 환호성이 터졌다. 25일 저녁 7시25분께 광주시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제17차 광주시국촛불대회의 절정은 대형 펼침막 찢기였다. 가로 20m, 세로 10m짜리 대형 펼침막엔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요구가 담겨 있었다. 대형 펼침막엔 수의를 입은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합성사진이 인쇄돼 있었다. 또 ‘박근혜와 부역자들 구속처벌, 적폐청산, 자유한국당 해체’라는 글도 적혀 있었다. 옛 전일빌딩 앞 길까지 옮겨진 대형 펼침막은 <하야가>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갈기갈기 찢겨졌다. 시민들은 이 퍼모먼스를 연단 앞 영상을 통해 지켜보며 박수로 응원했다.
박근혜 집권 4년이 되는 이날 금남로엔 오후 5시부터 시민들이 금남로를 찾기 시작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소속 농민들도 트랙터 1대와 화물차 20여 대를 금남로 5가 쪽에 세워둔 뒤, 집회에 동참했다. 오후 6시30분께 금남로엔 참석자가 3만여 명으로 늘었다. 사회자 황성효 박근혜 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 상황실장은 “광주에선 이날 전세버스 30여 대로 1000여 명의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상경했다. 전국에 100만 촛불이 모였다”고 말했다.
25일 광주 금남로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풍자가 담긴 걸개 작품이 걸려 있었다.
시민들은 이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면서 집회의 막을 열었다. 원순석 광주시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라는 시민들의 요구를 황교안은 음흉한 미소로만 답하고 있다”고 규탄한 뒤 “박근혜가 버티는 것이 고래 심줄보다 더 질기다. 지치고 힘들지만 조금만 더 힘을 내 촛불을 들자”고 촉구했다. 100명의 화가와 만화가들이 국정기만 사태 등을 비틀어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풍자와 패러디 작품이 금남로를 따라 전시돼 깃발처럼 펄럭였다. 흥미로운 문화공연도 이어졌다. 테너 국경완씨가 <친구여>라는 노래를 부른 뒤, 김준태 시인의 시 <아아, 광주여, 우리의 무등산이여>를 노래로 열창해 큰 박수를 받았다. 국씨는 “원래 잠을 잘자는데 요즘 잠을 못잔다. 병원에 갔더니 ‘벌떡증’이라고 하며 처방을 해주더라. 처방전엔 ‘탄핵’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해 박수를 받았다. 푸른솔 합창단과 광산구립합창단과 우리음악을 연주하는 모임 ‘단빛’의 공연도 이어졌다.
이날 집회에선 언론노조 광주문화방송지부 이재원 지부장이 나와 언론개혁에 대해 발언해 눈길을 모았다. 이 지부장은 “촛불정국에서 엠비시가 ‘물타기 보도’로 사태를 악화시킨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그는 “엠비시 뉴스가 형편없이 망가지는데는 5년도 걸리지 않았다. 김재철 사장 당시 170일 파업 이후 200여 명의 기자, 피디, 아나운서가 현업에서 밀려났고, 6명이 해고당했다”며 “방송문화진흥회 9명 중 청와대와 여당이 6명을 차지하는 현재의 구조를 고치는 언론장악방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시민들은 금남로에서 한미쇼핑~대인광장~구 시청 사거리~자유한국당 광주시당까지 촛불을 들고 행진을 펼쳤다. 시민들은 행진을 하며 “박근혜 구속 처벌”, “적폐 청산”, “자유한국당 해산” 등의 구호를 외쳤다.
25일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시국촛불집회엔 3만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시민들의 촛불행진은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됐다. 이날 전남에서도 박근혜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펼쳐졌다. 전남 강진·해남·담양 등 6곳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은 “박근혜 탄핵” 등을 촉구했다.
광주/글·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