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와 울산지부 조합원들이 26일 밤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앞에서 주주총회 반대집회를 열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제공
울산 현대중공업이 2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조선·해양 부문을 뺀 나머지 사업부의 분사와 역외이전 계획을 확정하려 해 노조와 마찰을 빚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조선·해양·엔진 부문만 남겨두고, 전기·전자(현대 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건설장비(현대건설기계), 로봇(현대로보틱스) 등 3개 사업부를 떼어내 별도 법인으로 나누는 ‘사업분할’ 건 처리에 나섰다. 사업분할이 결정되면 분리되는 3개 법인의 본사도 현대 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과 현대건설기계는 서울로, 현대로보틱스는 대구로 각각 옮겨간다. 현대중공업은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와 현대글로벌서비스를 분사시켜 각각 충북 음성과 부산으로 본사를 옮긴 바 있다.
이에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이날 사흘째 전면파업을 벌이고, 금속노조 울산지부 등과 함께 조합원 1000여명이 한마음회관 앞에서 주주총회 반대집회를 열었다. 주식을 보유한 조합원들은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해 반대에 나섰다.
이날 주식을 보유한 조합원들이 주주총회장에 입장하는 과정에서 회사 쪽 진행요원들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주주총회장에 들어선 조합원들은 "주주들이 입장하기도 전에 50여명이 주총장에 먼저 들어와 있었다. 주주 입장 전부터 주총장에 있던 사람은 절차를 어겼기 때문에 나가야 한다"며 회사 쪽에 항의해 실랑이가 빚어지기도 했다. 회사 쪽은 "주총 행사 질서유지를 위한 인원"이라고 해명했다. 노조는 26일 저녁 6시부터 한마음회관 앞에서 문화제 행사를 열며 주주총회 반대 밤샘집회를 벌였다.
노조는 "경영 합리화라는 명분 아래 회사를 분할하는 것은 자사주를 이용한 정몽준 대주주의 지배구조 강화와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다. 노동자들에겐 고용불안과 임금삭감, 근로조건 저하밖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 회사 쪽은 노조의 주주총회 반대집회에 대비해 울산지법에 신청한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이 지난 24일 일부 받아들여지자 이를 주주총회장에 게시하고, 26일부터 한마음회관 주변에 차벽을 세워 노조원들의 접근을 막았다. 경찰도 13개 중대 1000여명의 병력을 주변에 대기시겼다.
현대중공업 쪽은 "주주총회 안건인 사업분할계획 승인은 적법절차에 따라 반드시 처리될 것이다. 노조 등의 주주총회 방해 등 불법행위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신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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