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군 직원, 경찰 등이 28일 오전 11시 30분께 예산군청 안으로 들어서려는 전봉준 투쟁단 농민 트랙터를 막고 있다.
충남 예산군이 직원·경찰 등을 동원해 ‘전봉준 투쟁단’의 기자회견을 막아 농민들이 크게 반발했다. 앞서 ‘3차 전봉준 투쟁단’을 꾸리고 기자회견을 진행한 충남 공주·당진 등은 자치단체가 기자회견을 막지 않았던 터라 예산군이 농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예산군농민회는 28일 오전 11시 예산군청에서 ‘전봉준 투쟁단 3차 궐기 기자회견’을 할 계획이었다. 농민 10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예산 능금농협 앞에 모였다가 트랙터 6개와 트럭 10여대를 끌고 예산군청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군청 앞에서 막혔다. 군 직원 등은 군청 입구를 막았다. 트랙터가 진입하려 하자 군청 안에 대기 중이던 경찰들이 일렬로 늘어서 길을 한 번 더 막았다. 투쟁단은 크게 반발했다. 기자회견이 예정된 군청 주차장은 직원들의 차가 서 있기도 했다. 기자회견 직전 한 군청 직원은 밖에 세워져 있던 승용차를 가져와 빈 공간을 채우기도 했다. 이 직원은 “내가 운전했지만 내 소유 차량은 아니다”며 얼버무렸고, 군 관계자는 “직원 차량이면 바로 빼겠다”고 답했다. 얼마 뒤 해당 차량은 사라졌다.
박형 예산군농민회장은 “어제 황선봉 예산군수와 한 면담에서 기자회견에 대해 말하고 군청에서 하기로 협의했다. 구호를 외치지 않는 기자회견이어서 집회 신고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군청 문을 닫아 놓고 경찰까지 불러 못 들어가게 하고 있다. 농민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 쪽은 민원인 주차장이 꽉 차 있어 군청 안에서는 기자회견을 할 수 없다고 막았다. 이흥엽 군 총무과장은 “민원인 차량이 꽉 차 있어 트랙터가 들어설 공간이 없다. 민원인 주차 공간에 트랙터를 세워놓고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이곳은 직원도 주차 못 하는 곳이다. 경찰은 기자회견 사실을 알고 스스로 나온 것이지 우리가 요청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원들의 차가 주차된 것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농민단체들은 예산군의 기자회견 방해를 적극 성토할 참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지난 23일부터 트랙터 등을 앞세운 3차 전봉준 투쟁단을 꾸리고, 박근혜 정권 탄핵과 쌀 수매값 환수 거부를 위한 집회·시위를 재개했다. 충남 공주·당진, 전북 고창, 전남 강진·영암·순천, 24일 전북 정읍, 전남 고흥, 25일 광주, 27일 전남 장흥으로 이어졌다. 앞서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1, 2차 전봉준 투쟁단을 꾸려 청와대로 가려다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장명진 전농 충남도연맹 회장은 “정당한 기자회견을 막은 예산군의 행태에 대한 문제제기를 위해 내부 논의를 하고 있다. 다른 지역 농민회 등과도 문제를 공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