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천년고도 전주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개괄서가 없었어요. 특정 분야를 소개하는 책은 있지만 전체를 드러내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죠. 지역의 전문가들이 뜻을 모아 참여한 게 의미가 큽니다.”
최근 전주역사문화총서 <꽃심을 지닌 땅, 전주> 2권을 출간한 이동희(58) 전주역사박물관장의 설명이다. 1·2권에 교수·학자 등 20여명이 집필에 참여했는데, 이 관장이 주관하고 가장 많은 분량을 썼다.
2005년부터 ‘전주학 연구’를 역점사업으로 추진해 지난 2015년 1권을 낸 데 이어, 2권에는 지역의 문화유산을 역사·도시·문화·교육·종교·지리 등 6개 주제로 묶고,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유적 답사코스를 수록했다.
책의 제목인 ‘꽃심’은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힘과 열정을 상징한다. 후백제의 도읍, 조선 건국의 본향, 반외세·반봉건을 외친 동학농민혁명의 발원지 등이 바로 ‘꽃심이다. 지역 출신인 최명희 작가가 소설 <혼불>에서 쓴 표현이기도 하다.
“이러한 땅에 풍광도 수려하고 물산도 풍부하며 군사적으로도 요충이 되는 전주 완산이, 하등의 이유가 없는데, 그런 끔찍한 백안의 외면을 당했던 것이다. 그것은 꽃심을 가진 죄였는지도 모른다. 세월이 가도 결코 버릴 수 없는 꿈의 꽃심을 지닌 땅. 그 꿈은 지배자에게, 근(根)이 깊은 목의 가시와도 같아서, 기어이 뽑아내버리고자 박해, 냉대, 소외의 갖은 방법을 다하게 했다.…”(<혼불> 8권, 102~103쪽)
전주어진박물관장도 맡고 있는 그는 “전주학은 역사만이 아니고 모든 분야에서 전주의 특질을 밝히는 것인데, 역사 위주로 가는 경향이 있다.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역사의 범주를 넘어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의 정체성에다 콘텐츠를 갖추도록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에는 전북지역에서 조선 태조 이성계의 유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책을 구상하고 있다. “총론으로서 큰틀이 짜여졌으니, 앞으로는 고대·고려·조선·근현대 등 시대별로 각론을 더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전주/글·사진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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