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자료사진
태백산국립공원사무소, 이달부터 포획 예고…대부분 안락사
보호단체 “생태계 교란 이유로 살육 반복하는 정책 멈춰야”
“유입경로 파악 뒤 중성화 수술 관리하면 10년 안에 사라져”
보호단체 “생태계 교란 이유로 살육 반복하는 정책 멈춰야”
“유입경로 파악 뒤 중성화 수술 관리하면 10년 안에 사라져”
태백산국립공원사무소가 태백산에 사는 들고양이 소탕 작전을 펴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태백산국립공원사무소는 이달부터 본격적인 들고양이 포획에 나선다고 1일 밝혔다. 들고양이가 다람쥐와 토끼, 조류를 잡아먹는 등 국립공원 생태계를 교란하는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태백산에서 대대적인 들고양이 포획이 시작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006년부터 전국 국립공원 가운데 들고양이가 자주 나타나는 지역에 포획 기구를 설치하는 등 대처에 나섰다. 태백산은 지난해 8월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무속인들의 성지로 알려진 태백산은 정상인 천제단에 육포와 고기 등 제사 음식이 사시사철 넘쳐 들고양이가 생존하기에 상대적으로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백산국립공원사무소는 이미 지난해 11~12월 두 달 동안 민가와 인접한 저지대 3곳에 시범적으로 덫을 설치해 들고양이 4마리를 잡아 안락사 조처했다. 올해는 들고양이 흔적 조사 등을 통해 덫 설치 지역을 확대할 참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동물보호 단체 등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근시안적인 조처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동물보호 시민단체인 ‘카라’의 전진경 상임이사는 “해마다 국립공원에선 생태계 교란을 막겠다는 핑계로 들고양이 살육을 반복하고 있다. 들고양이가 태백산에 어떻게 유입됐고, 몇 마리나 살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소탕 작전을 벌여봤자 들고양이가 계속 유입되고, 번식하면 헛고생만 하게 된다. 유입경로를 먼저 파악한 뒤 차단하고 중성화 수술을 해 관리하면 국립공원 안의 들고양이는 10년 안에 자연 소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이사는 또 국립공원관리공단의 포획 활동이 오히려 다람쥐와 토끼 등 국립공원 안 동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는 “대부분의 들고양이는 사냥을 하는 등 야생본능을 찾았다기보다 제사 음식과 음식물 쓰레기 등에 기대서 살고 있다. 그런데 먹이를 끊어버리고 포획을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더욱 깊숙한 숲으로 숨어들어 다른 야생동물을 사냥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태백산국립공원사무소 관계자는 “태백산뿐 아니라 전국 국립공원에서 들고양이를 생태계 교란 동물로 보고 포획하고 있다. 포획한 뒤 가능하면 유기동물 보호소 등에 연락해 인계하려 하지만 그쪽에서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어쩔 수 없이 안락사시키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태백/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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