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누구의 처’로만 불리던 여성들이 110년 만에 이름을 찾았다.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날 때 큰 역할을 맡은 ‘대구 남일동 패지폐물 부인회’ 여성들이 이름을 찾게 된 사연을 밝혀놓은 책 <7부인을 찾아 떠나는 시간여행>이 발간됐다. 대구여성가족재단 제공
‘정운갑의 모 서씨, 서병규의 처 정씨, 정운화의 처 김씨, 서학균 처 정씨, 서석균 처 최씨, 서덕균 처 이씨, 김수원의 처 배씨’ (<대한매일신보>1907년 3월 8일)
110년전 국채보상운동에 큰 역할을 한 여성들의 이름이 소개된 신문 기사 내용이다. 당시 여성들은 자기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고 ‘누구 누구의 처’, ‘누구의 모’로만 불리웠다.
하지만 대구여성가족재단이 끈질기게 족보를 뒤지고, 문중 산소를 찾아 헤맨끝에 1907년 2월 대구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번진 국채보상운동때 주역으로 참여한 ‘대구 남일동 패물폐지 부인회’ 여성 7명 중 6명의 이름을 찾아냈다. 대구여성가족재단은 7일 남일동 부인 7명의 스토리를 다루고, 이름을 찾아나간 구체적 과정을 상세하게 담은 책 <7부인을 찾아 떠나는 시간여행>을 펴냈다.
여성가족재단 직원들은 남일동 부인들의 남편들이 유독 서씨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당시 대구 진골목에 살고 있던 ‘달성 서씨’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달성서씨 족보를 무작정 뒤졌다. 여기에서 달성서씨 학유공파에 소속된 25세손 서병규, 26세손 서학균, 서철균, 서덕균의 이름을 발견했다. 다시 집안의 개별족보와 후손들을 만나본 끝에 서병규의 처 정씨는 정경주(1866∼1945) 여사로 확인됐다. 또 연일정씨 감무공파 족보에서 정경주와 정운갑, 정운화가 친남매임이 드러났다. 정운갑의 어머니는 서채봉 여사, 정운화의 처이며 정경주의 올케인 김달준 여사의 이름을 일일이 확인했다. 대구여성가족재단 쪽은 “정경주 여사가 큰어머니, 올케, 며느리 3명과 함께 패물폐지부인회를 만들어 국채보상운동에 큰 역할을 했다는게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경주 여사의 후손들은 “할머니는 박식하고, 여걸다운 리더십이 있었다”고 말했다.
남산동 패물폐지부인회는 전국 최초의 여성운동조직이며, 이 운동은 남산국채보상 부인회, 감찬부인회 등 대구뿐만 아니라 서울의 진명부인회, 대한부인회, 부산의 김선의연회 등 전국 28개 여성운동 조직으로 확산되면서 국채보상운동이 전국으로 번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남산동 패물폐지부인회 7명 가운데 아직 김수원의 처 배씨의 이름을 찾지못했다. 최세정 대구여성가족재단 교육사업팀장은 “남은 한 분의 이름을 반드시 찾아내겠다”고 약속했다. 대구여성가족재단은 <7부인을 찾아 떠나는 시간여행>을 500권 찍은 뒤 300권은 도서관에 비치하고, 나머지 200권은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053)219-9973.
구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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