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미끼로 20대 취업준비생을 유인한 뒤 고금리 대출을 알선하는 수법으로 사회초년생을 울린 다단계 조직이 적발됐다. 서울시 제공
취업을 미끼로 20대 취업준비생을 유인한 뒤 고금리 대출을 알선해 900만원 상당의 제품을 강매한 다단계 조직이 적발됐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특별사법경찰은 다단계 분야 기획수사를 실시해 7개월 동안 34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ㄱ조직 9명 등 13명을 형사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서울시 특사경의 설명을 들어보면, ㄱ조직은 신규 판매원을 모집한다며 사회초년생들을 사업장으로 유인했다. 하위 판매원이 제품을 구매하면 구매실적의 15%를 수당으로 준다고 현혹해 친구나 선·후배 등을 다시 모집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모집한 판매원들에게 건강보조식품, 치약세트 등을 시중가보다 10배 가량 높은 가격으로 팔면서 제2금융권에서 1500만원 상당을 고금리(27.9%)로 대출을 받게 했다. 판매원 900여명은 1인당 평균 900만원 상당의 물품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ㄴ업체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물품을 구입하면 구입가의 120~200%를 수당으로 지급하겠다”고 유인했다. 그러나 하위판매원이 낸 돈으로 상위판매원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전형적인 돌려막기 수법이었다. 1480원에 구입한 화장품을 260배인 39만원에 판매하는 식으로 8개월 동안 46억원 상당을 챙겼지만, 뒤늦게 가입한 판매원들은 원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고스란히 피해를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물품을 구입하면 사용한 금액의 20%를 돌려주는 캐쉬백 사이트도 다단계 방식으로 영업하다 적발됐다. 지난해 6월 한국 등 전세계 40개 나라에 문을 연 외국계 캐쉬백 사이트의 한국 사업자인 ㄷ업체는 가입비 16만원과 월회비 125달러(약 14만원)을 내면 사용 금액에 따라 월 최대 250달러(약 28만원)까지 돌려준다고 광고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추천 인원수에 따라 캐쉬백을 더 주는 다단계 방식이 사업의 핵심이었다. ㄷ업체는 이런 수법으로 5개월 동안 가입비 5천만원 상당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강필영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장은 “계속된 경기침체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사회 초년생과 주부, 노년층 등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신·변종 불법 다단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