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원대 성악·뮤지컬학부는 올해 성악뮤지컬학과로 통폐합됐다. 목원대 홈페이지 갈무리
뮤지컬 전공 신입생이 단 한 명도 없는 뮤지컬학과가 있다. 학생들은 신입생을 아예 뽑지 않는 데다 뮤지컬의 기본인 연기·춤은 수업조차하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전 목원대학교 성악뮤지컬학과는 올해 뮤지컬 전공 신입생을 아예 뽑지 않았다. 모집 때는 성악과 뮤지컬로 영역을 나눴지만, 입학정원 23명은 모두 성악 전공자로 채웠다.
수시 모집 때는 16명 모집에 성악 영역 47명, 뮤지컬 영역 52명이 지원했다. 정시에는 7명 모집에 성악 10명, 뮤지컬 19명이 영역별로 지원했다. 영역에 따라 평가 과목도 달랐고, 실기시험 시간도 달랐다. 하지만 영역별로 정원을 구분하지 않고 성적순으로 줄을 세워 뽑았다. 2015년엔 뮤지컬 영역에서 6명, 지난해에는 5명을 뽑았지만 올핸 아예 합격생이 없었다. 이 학과는 지난해까지 성악·뮤지컬 전공이 나뉜 성악뮤지컬학부였지만 올해 성악뮤지컬학과로 통폐합했고, 재학생 105명 중 뮤지컬 전공은 22명이다.
학생들은 “통폐합 전에도 뮤지컬 관련 수업은 부실했다. 최근에 정도가 심해져서 이러다 뮤지컬학과에서 뮤지컬 전공생이 아예 사라질지도 모르겠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불평했다.
학생들의 불만과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학교는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유장환 입학처장은 “우리 대학 음대는 전공별로 정원을 나누지 않고 학부나 학과 안에서 성적순으로 뽑는다. 악기, 전공별로 정원을 따로 주는 게 가장 좋긴 하지만 그동안 계속 그렇게 해왔고, 다른 사립 대학들로 그렇게 한다. 성악뮤지컬학과는 그동안 우연히 성악 지원자의 성적이 좋았을 뿐이다. 선발 방식을 개선할지는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뮤지컬 전공 학생들은 심한 수업 불균형을 주장한다. 실제 올해 1~4학년 1학기 수업 중 뮤지컬의 기본인 연기 수업은 없다. 지금 학과 안에 연기를 전공한 교수나 강사는 없다. ‘모던씨어터’라는 연기 관련 수업도 노래 전공 교수가 수업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 수업 또한 연기 전공 교수가 아니라 노래 전공 교수가 수업한다. 결국 노래 위주 수업밖에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무용 수업은 3학년에 개설돼 있지만, 이마저도 학과가 임의대로 타 학년 수업 수강신청을 금지했다. 한 뮤지컬 전공 학생은 “뮤지컬은 종합 무대 예술이기 때문에 노래, 춤, 연기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연기와 춤을 배울 수 있는 최소한의 수업도 없다. 4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내는데도 전공 수업을 들을 수 없는 것은 명백한 수업권 박탈”이라고 했다. 뮤지컬 전공 학생들은 최근 학과장에게 수업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최윤실 이 대학 학사지원과장은 “연기와 춤이 성악뮤지컬학과 교육 과정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교육 과정은 학과에서 자체적으로 정하면 교육과정위원회에서 심의해 정하는데, 전공에 관한 사항이라 사실상 위원회가 학과에 특정 과목을 넣고 빼라 요구할 권한이 없다. 대부분 대학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타 학년 수업 수강신청을 학과 임의대로 금지한 부분은 명백히 문제가 있지만, 대학 본부는 그동안 몰랐다”고 해명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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