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11시20분께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자 광주 5·18민주광장에 모여 있던 시민들이 환호성을 터뜨리며 알싸안고 있다.
“민주주의 만세!”
10일 오전 11시20분께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하자 광주 5·18민주광장에 모여 있던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앞 5·18민주광장에 모여 스크린을 통해 텔레비전으로 헌재 결정 과정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서로 얼싸안으며 “만세”를 불렀다. 일부 5·18유족 등은 “국민들의 뜻을 반영한 당연한 결과”라며 눈물을 훔쳤다. 이날 5·18민주광장에는 윤장현 광주시장과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정영일 광주시민운동단체협의 상임대표, 임추섭 박근혜 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 공동대표, 현지 스님, 5·18단체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시민들은 ‘국민 여러분들이 해냈습니다’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불렀다.박근혜 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부역자 처벌과 적폐청산 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임추섭 광주시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3개월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둠이 깔려도 금남로를 지켜준 시민들에게 뜨거운 감사를 드린다. 시민촛불혁명을 가져오게 한 304명의 세월호 유족의 아픔을 껴안고 가야한다. 정권 교체를 확실히 할 때까지 힘을 모아가자”고 밝혔다. 윤장현 광주시장도 “우리는 승리하였습니다. 촛불이 승리한 날이고 오월이 승리한 날입니다. 국정농단 사태 철저한 조사와 적폐청산이 될 수 있도록 정신 바짝 차려 시민이 원하는 정권교체를 이뤄갑시다”라고 호소했다.
이날 광장에 나온 시민들은 <하야가>에 맞춰 몸을 흔들며 춤을 췄고, 서로 악수를 하며 “축하합니다”, “애쓰셨어요”라고 인사를 나눴다. 또 ‘박근혜 탄핵 즉각 인용’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옛 전남도청을 배경삼아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5·18유공자 김태종(60)씨는 이날 “드디어 ‘박정희 시대’가 갔다. 새로운 사회,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민운동본부는 이날 80년 5·18민주화운동 때 주먹밥을 나눴던 것처럼 광장에서 김밥과 홍어, 막걸리 등 음식을 함께 먹었다. 시민들은 광장 바닥과 천막에서 음식을 먹으면서 그동안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화제로 삼아 이야기하기도 했다. 황성효 광주시민운동본부 상황실장은 “3개월 넘도록 탄핵을 위해 함께 노력해온 시민들과 나누려고 간단한 음식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광주시민운동본부는 11일 오후 6시 금남로에서 19차 광주시국촛불대회를 연다.
광주/글 사진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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