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결정된 직후 서문시장 상인들은 “섭섭하지만 어쩌겠느냐. 법을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안타깝고 섭섭한 마음이 들지, 하지만 어쩌겠나, 법을 지켜야지…”
10일 오전 11시20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됐다는 텔레비전 방송이 흘러나오자 대구 서문시장 상인들은 침울한 분위기 속에 “섭섭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서문시장안 식당주인 황문희(62)씨는 “이왕이면 우리 고향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성공해서 내려오면 좋지 않겠느냐. 하지만 어쩌겠느냐.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포목점 주인 김아무개(59)씨도 “무엇보다 법을 지켜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서문시장 상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아이구 어쩌면 좋으냐, 대통령이 이제 내려와야 하지 않느냐”며 안타까와했다. 일부 상인들은 “다음 대통령이 과연 누가 되는지 똑똑히 지켜보겠다”는 원망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았고, 이에 맞서 “박 대통령이 서문시장에 해준 게 뭐가 있느냐”며 다투기도 했다.
서문시장 2지구에서 포목점을 운영 중인 하아무개(40)씨는 “나이가 드신 분들은 대통령이 탄핵당할까봐, 어젯밤 잠을 한숨도 못 잤다며 흥분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젊은 층에서는 비교적 담담한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2일 화재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서문시장을 갑자기 방문했을 때, 맨 앞에서 맞이한 김영오(62) 서문시장 상인연합회장은 “박 대통령이 임기를 무사히 채우고 내려갔으면 좋을 텐데…. 하지만 어찌하겠나, 먼 훗날 박 대통령이 자유인 신분으로 서문시장을 다시 찾으시면 상인들은 여전히 반갑게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가 보존돼 있는 경북 구미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였던 대구 달성군에서도 주민들은 “마음이 착잡하고 무겁다. 하지만 법을 지켜 헌재의 결정에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주민들이 “대통령이 쫓겨날 만큼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거나 “잘못이 많은 역대 대통령도 많은데, 왜 하필 박 대통령한테만 무거운 책임을 묻느냐”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한편,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지만 헌재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고, 김관용 경북지사도 “헌재 심판 결과에 승복하고, 수용해야 한다. 오늘의 승복이 법치의 새로운 역사를 여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글·사진 구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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