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성시 안성천의 옥천교에서 바라본 가현취수장의 모습.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제공.
경기 안성시를 관통하며 18만명의 젖줄 역할을 해온 안성천의 가현취수장이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규제 완화 바람과 함께 곳곳에서 상수원 보호구역을 해제하려는 움직임이 이는 탓이다.
지난 9일 찾은 안성천 옥천교에서 바라본 가현취수장은 겨울 철새인 흰뺨검둥오리가 떼 지어 노닐며 고즈넉한 풍경을 빚어내고 있었다. 안성시 삼죽면 내강리에서 발원한 안성천(74.5㎞)은 가현취수장에서 금광·마둔저수지에서 흘러온 물과 합류해 평택시를 거쳐 서해로 나간다. 안성천의 하류 일대에 발달한 안성평야는 예로부터 경기미(쌀)의 주산지로 꼽혀왔다. 이곳이 논쟁지로 부상한 것은 안성시가 이달 중 경기도에 가현취수장과 안성정수장 폐쇄요청을 내기로 하면서다.
가현취수장은 1987년부터 취수를 시작해 하루 1만t씩 2만8천명에게 식수를 제공한다. 안성시 관계자는 “시내 중심에 취수장이 있어 규제를 받는 곳은 전국에서 안성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1만t의 식수는 광역상수도로 대체하고 가현취수장을 폐쇄하면 상류 15㎞, 하류 1㎞ 이내 109㎢ 지역에서 공장설립 제한 규제가 완전히 풀려 지역 개발도 되고 해당 지역 주민들의 민원도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시는 감추지 않는다.
시민단체들은 그러나 “안성시가 3800억원을 들여 안성천 수질을 개선해놓고 이제 와 시민의 젖줄을 포기하냐”며 반발한다.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정인교 대표는 “취수장 폐쇄는 안성의 소중한 물 자원을 없애는 것이다. 규제가 풀려 공장 난립으로 환경이 악화하면 더는 되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취수장 폐쇄안을 놓고 안성시가 말을 바꾸는 등 그간의 어설픈 대응도 논란을 가중하고 있다. 정 대표는 “황은성 안성시장이 처음에는 주민 여론조사를 할 수도 있다고 했다가 나중에 이를 부인하고 있다”며 “취수장 폐쇄안을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여론조사로 결정하자”고 말했다. 지난 1월 시민단체가 주민 714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3%가 가현취수장 폐쇄 추진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또 개발제한 해제를 이유로 취수장 폐쇄에 찬성한 주민(28%)보다 수질악화와 상수도요금 인상 등을 들어 반대하는 주민(56%)이 더 많았다.
안성시가 2014년 ‘가현취수장 취수방식 변경 및 이전타당성 조사’에서 사실상 내놓았던 취수장 폐쇄 이후 대안도 그새 바뀌었다. 당시 용역을 맡은 한국상하수도협회는 “향후 안성시의 비약적 발전을 위해 안정적인 취수량 확보가 우선시되어야 하고 비용면에서 광역상수도의 1/2밖에 들지 않는 점에서 금광저수지 이전안이 타당하다”고 했지만, 안성시는 광역상수도 공급안을 택했다.
안성시 관계자는 “시민단체 요구대로 2차례 주민 설명회와 시장과의 간담회도 여는 등 요구를 충실히 수용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금광저수지 이전 대안이 있던 건 맞지만 가뭄 때 수질이 악화하고 이에 따른 정수비용의 증가 등 비용이 많이 들어 광역상수도 안으로 선회했다”고 말했다.
도심 내 상수원 시설의 폐쇄와 이에 따른 개발 바람은 안성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수원시도 수원시민의 허파인 광교산 기슭의 광교 비상취수원 변경과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방안을 놓고 주민과 시민단체 간 첨예한 마찰에 직면해 있다.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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