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 뒤 일자리 찾지 못해…경찰, 사기 혐의로 구속
한 사설 보안회사에서 일했던 문아무개(26)씨는 일이 힘들어 지난해 10월 회사를 나왔다. 그는 곧바로 한 아르바이트 포털을 통해 일자리를 찾았지만, 연락 오는 곳은 없었다. 지난해 12월 그에게 아르바이트 일자리 관련 연락이 왔다. 교통비와 식대는 따로 지급하고, 짧은 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인출금액의 1%를 준다고 했다.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의 송금책으로 일하라는 것이었다. 고민 끝에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범죄 조직에 가담했다. 그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교육을 받은 뒤 지난 1월부터 전국으로 출장을 다니며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의 돈을 조직에 보냈다.
부산 사하구에 사는 전아무개(52)씨는 금융권의 대출상품을 찾아보다가 지난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ㄱ은행의 대출 광고를 보고 연락했다. 대출 광고는 ㄱ은행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광고였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전씨에게 “신용등급이 낮아 정상적인 대출이 힘들다. (전씨) 계좌에 회삿돈 1000만원을 입금할 테니, 그 돈을 찾아서 사하구의 한 은행지점 앞에 있는 직원 문씨에게 전달해라”고 했다.
전씨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계좌에 입금된 1000만원을 현금으로 뽑은 뒤 사하구의 한 은행지점 앞에 있던 문씨에게 건넸다. 하지만 약속했던 대출은 되지 않았다. 전씨는 그날 오후 경찰에 신고했다. 전씨가 문씨에게 건넨 현금 1000만원은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돈이었다. 전씨는 의도하지 않게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돈을 세탁한 것이다.
경찰은 곧바로 전씨의 SNS에 저장돼 있던 보이스피싱 조직의 아이디를 추적한 뒤 “대출을 받고 싶다"며 접근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지난 8일 경찰이 알려준 계좌로 1500만원을 입금한 뒤 “사하구 신평동의 ㄴ은행지점 앞에서 문씨에게 1500만원을 건네라”고 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문씨를 긴급체포했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은행 직원을 사칭해 피해자들로부터 2억여원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조직원 문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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