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가구 추위 떨게 했던 부산 정관새도시 대정전은 ‘인재’

지난 2월 9일 부산 기장군 정관신도시에 정전사고가 발생해 암흑으로 변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주민이 주차차량으로 걸어가고 있다. 154㎸짜리 변압기 1대가 폭발, 신도시 2만 가구에 전기공급이 중단됐다. 연합뉴스

변압기 시공과정서 전선 절연체 손상…부실 관리로 파악 못해
예비선로 등 설치하지 않아…복구대책도 없어 정전사고 키워

지난달 2만여 가구를 추위에 떨게 했던 부산 기장군 정관새도시 정전사고는 민간 전기공급 사업자의 점검·관리 소홀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54㎸ 변압기에 연결된 전선에 대한 점검·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정전사고를 일으킨 혐의(집단에너지사업법 위반 등)로 정관새도시의 민간 전기공급 사업자인 ‘정관에너지’ 전·현직 대표와 법인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변압기와 연결된 전선의 절연체가 손상된 사실을 정기 점검에서 파악하지 못하는 등 관리를 소홀히 해 정관새도시의 대규모 정전사고를 일으켰고, 이후 안전관리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9시간가량 정전사고를 수습하지 못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를 보면, 정관에너지의 154㎸ 변압기와 연결된 전선 끝부분 절연체가 시공과정에서 손상됐고, 이후 점검·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절연체가 파괴되면서 전력이 누출돼 변압기 폭발로 인한 정전사고가 발생했다.

정관에너지는 지난해 10월 민간업체를 통해 변압기를 분해하는 등 정기예방점검을 했지만, 해당 전선에 대한 정밀 검사를 하지 않아 절연체가 파손됐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이후 정관에너지는 일일·주간·월간점검에서도 이런 사실을 몰랐다.

경찰은 정관에너지가 여러 점검을 부실하게 진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점검 당시 저주파 절연파괴 검사 등을 제대로 했다면 전선 절연체 파손 사실을 파악해 변압기 폭발에 따른 정전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또 정관에너지가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70여억원의 예비선로와 예비변압기, 예비 전원시설 등을 설치하지 않았고, 사고에 대비한 훈련과 정전사고 복구대책 등을 마련하지 않아 정전사고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 법에 따라 민간 전기공급 사업자의 발전기 시설은 한국전기안전공사가 정기 점검을 하지만, 발전기 시설은 규정이 없어 민간 전기공급 사업자가 자체 판단으로 검사를 하고 있다. 예비선로 설치를 강제하는 등 민간 전기공급 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9일 오전 10시24분께 정관새도시 2만3000여 가구에 전력과 난방을 공급하는 정관에너지의 변압기가 폭발했다. 이 사고로 정관새도시 주민이 9시간 동안 추위에 떠는 등 많은 불편을 겪었다. 부산/김영동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