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공연구노조 강원테크노파크지부가 지난달 16일 오전 강원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원도가 작성한 ‘강원테크노파크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공개하며 이철수 원장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강원도내 여성단체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성희롱 의혹을 받고 있는 이철수 강원테크노파크 원장의 즉각 파면을 요구하고 나섰다.
원주여성민우회와 춘천시민연대, 속초성폭력상담소, 춘천경실련 등 강원 지역 19개 여성·시민사회단체는 13일 성명을 내어 “강원도의 주요 공공기관인 강원테크노파크의 성희롱 문제가 여러달째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사장인 최문순 강원지사는 이 원장을 즉각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들은 “강원도는 실태조사를 통해 이 원장의 성희롱을 확인하고도 전문기관의 추가적인 사실확인과 조사가 필요하다는 핑계로 아직까지 아무런 행위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신중한 태도를 빙자해 성희롱 가해자를 비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성명에 참여한 전국공공운수노조 여성위원회의 남궁정 조직국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강원도는 피해자의 심정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는가. 실태조사를 한다고 해서 용기를 내 진술한 여성 피해자는 지금도 매일같이 가해자의 얼굴과 마주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추상같은 결정으로 강원테크노파크가 도민을 위한 공공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강원테크노파크 노동자들이 이 원장 성희롱 의혹 등을 제기하자 강원도는 지난해 12월22일부터 7일 동안 출자·출연기관인 강원테크노파크를 상대로 실태조사를 벌였다. 강원도가 작성한 ‘강원테크노파크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이 원장은 사내 워크숍에서 “떡을 치는데 남녀가 떡을 쳐야 재미있다. 남자들끼리 떡 치기를 하니까 재미없다”며 사내커플을 불러 떡메치기를 시키는 등 성희롱을 했다고 직원이 진술했다.
또 다른 여직원은 “이 원장이 회식 자리에서 자신의 손 위에 내 손을 얹고 5분 정도 쓰다듬었으며, 러브샷을 한 뒤 원장이 갑자기 껴안아 당황하고 기분이 나빴다”고 진술했다. 또다른 행사에선 이 원장이 한 여직원을 안고 들어 올려 몇 바퀴 돌리는 과정에서 티셔츠가 올라가 속살이 드러나는 일도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철수 원장은 “떡 발언을 한 사실이 없고 오히려 행사 때 시범을 보이는 사람이 ‘떡을 잘쳐야 한다. 세계 쳐야 한다’고 해서 자제를 요청했다. 회식 자리에서도 손을 만지는 등의 행동을 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 원장은 또 “여직원을 한 바퀴 돌리긴 했지만 상의가 올라가지 않았고 이 문제는 인권위에서도 각하됐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오는 17일께 이철수 강원테크노파크 원장의 성희롱 의혹 진정 사건에 대한 심의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노조와 이 원장 쪽의 진술이 서로 달라 성희롱 관련 전문기관인 인권위 조사와 심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인권위에서 성희롱이라는 결과가 나오면 이사회를 열어 징계 수준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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