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오토텍 조합원들이 19일 충남 아산 갑을오토텍 정문 앞에서 지난 18일 숨진 조합원 김종중씨를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이렇게밖에 못해서…. 살자고 노력했습니다.”
현대자동차 납품업체인 갑을오토텍 노동자 김종중(45)씨는 지난 1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마지막’을 예고하는 글을 남겼다. 김씨는 지난 18일 오후 2시30분께 충남 아산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짧은 글이 유서를 대신했다. 김씨와 같은 라인에서 근무한 동료 노동자는 “그의 영정을 바라보며 슬픔을 주체할 수 없다. 회사가 결국 그를 사지로 몰았다”며 울먹였다.
이재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갑을오토텍지회 지회장은 19일 아산시 회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씨는 선하고 조용한 사람이었다. 갑을 자본이 동지를 죽였다”며 떨리는 목소리를 짓눌렀다. “지난해 12월부터 조합원들 상태가 조마조마했다. 직장폐쇄가 계속되니 많은 조합원이 경제적·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했다. 동지들을 지키기 위해 임금동결까지 받아들이며 사태를 해결하려 했지만 회사는 끝내 직장폐쇄를 풀지 않았다.” 분노한 그의 눈에 핏줄이 섰다. 노조는 회사의 노조파괴 시도를 중단할 것을 주장하며 지난해 7월8일 파업에 돌입했고, 회사는 18일 뒤 직장폐쇄를 시작했다. 오는 21일이면 직장폐쇄 9개월째다.
민주노총 등은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 참석해 “직장폐쇄 268일 동안 생계에 대한 압박과 고통 속에서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김씨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다. 탐욕스런 갑을 자본과 이 사태를 방관한 국가 권력에 의한 타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월 노사 간 교섭이 재개됐지만, 노조의 ‘고용보장 약속’ 요구를 회사가 거부해 교섭은 난항을 겪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헌 지회장은 “노조의 양보와 결단으로 가까스로 교섭을 재개했지만 회사는 노조의 쟁의 포기와 고용보장 약속 불가 등을 운운하며 두 달 넘게 시간을 끌고 있다. 이 사이 조합원과 가족 1000여명의 생계는 벼랑 끝에 몰렸다”고 토로했다.
늑장 수사를 벌여 사태를 장기화한 검찰과 경찰, 노동부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갑을오토텍은 공격적 직장폐쇄, 대체근로·대체생산, 교섭해태, 체불임금 등 사쪽이 할 수 있는 범죄의 백화점이다. 우리는 그동안 숱하게 경찰·검찰·노동부에 사태 장기화에 따른 불상사를 경고했다. 하지만 편파 수사와 늑장 수사가 이어져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경찰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를 토대로 김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정민수 갑을오토텍 노무이사는 "20년 동안 한솥밥 먹던 직원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깊이 애도한다. 노조는 사망 원인을 노사 문제로 규정하려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그럼에도 노조가 사망 원인에 대한 사실관계를 계속 호도하면 회사도 적절한 대응 방법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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