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학리 폐교에 세워진 기후변화교육센터. 운동장에 태양열 조리기(왼쪽)와 태양광 발전기가 있다. 지붕 위에도 태양광 발전기 등이 있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지난 5일 부산 기장군 일광면 옛 일광초등학교 학리분교 1층 복도의 자전거에 올라탄 학생이 페달을 힘차게 밟자 믹서기가 돌아갔다. 이를 지켜본 일광초 4학년 학생 19명은 놀라워하며 탄성을 질렀다. 자전거에서 발생한 운동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바뀌어 믹서기가 돌아갔다고 설명하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학리분교는 1~2학년이 같은 교실을 쓸 정도로 학생 수가 줄어들어 2006년 폐교했다. 부산시교육청은 폐교 활용을 고심하다가 기후 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고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만을 이용해 일상생활을 하는 습관을 길러주고 체험하는 센터로 만들기로 했다.
학리분교가 세계 최대 원전밀집지역인 고리원전에서 직선거리 8㎞가량 떨어진 것도 고려됐다. 우리나라의 전체 에너지 소비량 가운데 원전 의존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실정에서 미래세대의 주역인 초·중·고교생들이 원전에 기대지 않고 충분히 살 수 있다는 것을 원전 근처 폐교에서 체험하면 더 효과가 있겠다고 판단했다.
학리분교는 학리 기후변화교육센터로 21일 다시 태어난다. 폐교한 지 10년 만이다. 이 센터의 특징은 건물 전체가 태양열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건물 지붕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 실내 전기로 사용하고 태양열 발전기에선 15㎾의 전기가 생성돼 온수용 온열기에 사용한다. 태양광 가로등도 있다.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재활용 자원 등으로 만든 탄소저감 친환경 건축물을 사용했다. 실내에너지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는 이른바 ‘패시브하우스’다. 사업비 5억여원은 부산시교육청이 교육부에서 받은 2015년도 시·도교육청 평가시상금으로 충당했다.
학리 기후변화교육센터에서 학생들이 태양광 자동차를 실험하고 있다. 자동차에 달린 태양광전지판에 전등을 대면 자동차가 움직인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학리 기후변화교육센터에서 학생들이 압전소자 발전판을 밟고 있다. 바닥을 뛰면 압력 크기에 비례해서 화면에 있는 식물이 빨리 자란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이 센터엔 강의실과 체험실이 하나씩 있다. 체험실엔 핸들을 돌리면 3개의 날개가 달린 발전기들이 차례로 돌아가는 풍력발전기, 태양전지판을 설치한 소형 장난감 자동차에 전등을 비추면 자동차가 움직이는 태양광 자동차, 발로 뛰면 압력의 힘에 비례해 전기가 세지는 압전소자판, 자전거 페달을 돌리면 발광다이오드(LED)에 불이 들어오는 자전거 발전기가 있다. 또 비누와 천연화장품, 자전거 발전기를 직접 만들어보는 공방도 있다. 운동장엔 태양전지판으로 만든 태양열 조리기가 있는데, 쥐포를 구워 먹을 수 있고 팝콘을 튀길 수도 있다.
센터는 월~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지구 온난화 등 환경문제와 연계해 생활 속에서 에너지 절약과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을 한다. 프로그램당 2~3시간이 소요되는 16개의 프로그램이 있는데, 사전 신청을 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시설이 좁아서 오전·오후 각 15~50명까지만 수용이 가능하다.
센터를 시범 방문한 일광면 칠암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학생들이 흥미 있는 체험활동을 통해 기후변화와 관련한 내용을 보다 깊이 알 수 있게 꾸며져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