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조타실에서 전복 순간인 ‘10시17분12초’에 멈춘 전기식 시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제공
세월호 조타실 안에서 선체가 108.1도로 완전히 뒤집히는 순간에 멈춘 시계가 발견됐다.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는 26일 인양 이후 처음으로 5층 조타실에 진입해 촬영한 사진 7장을 공개했다. 이 사진은 이날 침로기록장치를 찾기 위해 들어갔던 권영빈·김철승 등 조사위원 2명이 찍은 현장이다. 사진에 나타난 가로 18m, 세로 6m의 조타실 안은 마치 포탄을 맞은 것처럼 곳곳이 녹슬고 무너져 참혹했다.
조타실 중앙에 있는 조타기 앞에 있는 둥근 시계는 흐린 유리에 푸른 갯녹이 덕지덕지 붙은 채 ‘10시17분12초’를 가리키고 있었다. 조타실의 시계는 전기식으로 작동된 만큼 선내에서 전기가 끊기면서 시계가 정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검·경합동수사본부도 영상과 자료를 분석해 세월호의 침몰 추정시각을 선체가 108.1도로 완전히 전복한 2016년 4월16일 오전 10시17분6초로 추정했다.
둥근 손잡이가 달린 조타기에는 진회색 진흙이 말라붙었고, 조타기 앞에는 아날로그 풍향계와 풍속계도 지침이 풀려 검붉게 녹슬어 있었다. 무전기와 통신기는 원래 자리에 붙어는 있었지만 녹이 붙어 잔해만 남은 침몰선을 떠올리게 했다. 항해사와 조타수가 머물렀던 조타실 벽면 책꽂이에는 운항 지침과 노선 해도로 추정되는 자료들이 위태롭게 남아있었다.
침로기록장치 위치로 추정됐던 조타기 뒤 좌현 부분은 무너져내린 장비와 소파 등 장애물이 높이 1.5m가량 켜켜이 쌓여있었다. 가로 30㎝ 세로 50㎝가량의 판상형 종이 위에 침로와 타각을 표시하던 침로기록장치는 찾을 수가 없었다. 먼저 설계도면을 보고 장치를 확인하러 들어갔던 조사위원들은 장애물들을 치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일단 철수를 결정했다. 조타실에 다녀온 권 위원은 “착잡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들어가 보니 상태가 좋지 않았다. (우현에서 좌현으로 장비들이 무너져) 침로기록장치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선조위는 애초 침로기록장치의 위치를 확인하고, 기록이 남아있다면 전문업체에 맡겨 확보할 방침이었다. 확보한 뒤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맡겨 복원을 시도할 예정이었다.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조타실 중앙에 있는 조타기의 나침반과 손잡이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제공
침로기록장치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에 쌓인 장애물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