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작가로서 역사 현장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광화문 촛불집회를 영상으로 기록해, 전북 익산 원광대에서 열린 ‘2017 소태산 작은영화제’(4월28~30일)에 참여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황헌만(69)씨의 감회다. 그는 지난해 11월12일 제3차 촛불집회부터 헌법재판소 탄핵인용 결정이 내려진 다음날인 3월11일 열린 20차 집회까지를 영상 <촛불의 함성, 이게 나라다>에 담았다.
홀로 55분짜리 분량을 집회 날짜별로 편집했다. 마지막엔 노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와 함께 축포가 울려퍼지고, 시민들이 ‘이게 나라다. 이게 정의다’라는 손팻말을 들고 행진하는 모습을 담았다. <중앙일보> 출판부 사진기자 출신인 그가 영상기록을 만든 것은 사진만으로는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는 “사진이 아닌 영상은 처음이어서, 공개 뒤 어떤 평가가 나올지 두려움도 다소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가을부터 4개월여 동안 매주 12시간가량을 눈이 와도 비가 와도 밖으로 나갔다. 촛불 현장에 최대한 밀착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종군기자 로버트 카파의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이 충분히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신념으로 간직하고 있다. 현장을 지키느라 카메라 렌즈가 부서졌고, 현장의 함성이 귀에 울려 잠을 설친 적도 있다.
영상에 내레이션은 넣지 않았다. 시민의 함성, 다양한 퍼포먼스, 뒤풀이, 청소 등 현장 모습으로만 채웠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인양된 세월호를 조사하는 시점이라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특히 ‘세월호 속에 아직도 사람이 있습니다’라는 손팻말을 들고 슬퍼하는 유족의 모습에선 ‘눈물을 참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영상을 보면서 울컥했다”는 이도 있었다.
“사진을 포토샵 등으로 덧칠하면 예술성이 있을지는 몰라도 기록성은 사라지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는 사진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그는 우리 것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장승>, <초가>, <옹기>, <한국의 세시풍속>, <임진강> 등 사진집을 펴냈다. 태극기 집회와 촛불 집회 장면을 함께 다룬 다큐 영상 <두개의 함성>도 곧 공개한다.
글·사진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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