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상고 기각…‘유족 58명에 50만원씩 배상’ 확정
한국전쟁 민간인학살사건 중 명예훼손 첫 손배 판결
한국전쟁 민간인학살사건 중 명예훼손 첫 손배 판결
경기도 고양시 금정굴 희생자에게 모욕적인 막말을 한 고양시의회 시의원이 유족 58명에게 각 50만원씩 모두 2900만원을 배상하게 됐다.
금정굴인권평화재단 금정굴 사건 희생자 유족 58명이 김홍두 고양시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과 관련해 대법원이 지난달 28일 ‘심리 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려 2심 판결이 확정됐다고 1일 밝혔다. 심리 불속행 기각은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법이 규정한 특정한 사유를 포함하지 않아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김 의원은 2014년 9∼11월 고양시의회 본회의 등에서 금정굴 희생자에 대해 “전시에 김일성을 도와 대한민국에 총부리를 갖다 대고 죽창을 들이댔다. 김일성의 앞잡이 노릇과 대한민국 체제를 뒤흔들었다” 등의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 이에 금정굴 희생자 유족 58명은 김 의원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1,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2심을 담당한 서울고법 민사22부는 지난 1월 “금정굴 사건 희생자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한 지역 주민들로 상당수가 부역 혐의와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는 마치 희생자 전부 또는 대다수가 친북 부역 활동을 한 것처럼 발언해 그 후손들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겨레> 1월25일치 13면)
앞서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지난해 7월 ‘김 의원은 유족들에게 각 50만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김 의원은 ‘유족회에 사과하고 1000만원을 배상하라’는 1심 법원의 조정안을 거부해 정식 재판에 회부됐다.
신기철 금정굴인권평화연구소장은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사건 중 명예훼손 관련 손해배상 판결이 확정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전쟁상황에서 국가가 빨갱이라는 논리로 인권을 유린한 데 이어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당시 희생자를 몰았던 논리를 똑같이 반복한 것에 대해 재판부가 잘못이라고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금정굴 사건은 서울 수복 직후인 1950년 10월 경찰, 치안대, 태극단이 적법한 절차 없이 주민 153명 이상을 부역자로 몰아 집단 총살한 뒤 폐광인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금정굴에 매장한 사건이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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