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섭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장이 2일 오전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에서 크레인이 무너져 죽거나 다친 사고 브리핑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거제/연합뉴스
지난 1일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 일어난 타워크레인 사고로 숨진 6명과 다친 25명이 모두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로 밝혀지면서 ‘위험의 외주화’로 인해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위험한 작업을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떠민 결과 이들이 작업장 안전 문제를 원청 노동자에게 제대로 말하기도 어려운 ‘차별 구조’가 만들어낸 사고 아니냐는 것이다.
2일 지역 노동계의 말을 종합하면, 위험한 작업이 많은 조선소 작업 현장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관리 업무를 하고,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위험한 작업에 내몰리는 ‘위험의 외주화’가 일상화됐다. 조선소 일거리를 맡은 사내하청업체 노동자의 일자리만 불안한 것이 아니라, 이들의 생명까지도 벼랑으로 내모는 조선산업의 고용구조가 이번 사고의 구조적 요인이라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의 한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김아무개(47)씨는 “작업 현장에서 삼성중공업 정직원들은 보통 안전한 곳에서 작업 관리만 한다. 반면 어렵고 힘든 일은 모두 사내하청업체 직원들이 떠맡는다. 목숨을 건다는 각오까진 아니더라도 마음을 굳게 먹고 작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고가 난 작업장에서 골리앗크레인 조종자와 신호수 6명은 삼성중공업 정규직인 반면, 넘어진 타워크레인 조종자와 신호수 3명은 사내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이런 구조는 위험한 작업을 하는 사내하청 노동자가 현장에서 안전 문제를 발견해도 시정권한을 가진 원청 쪽에 건의하기 힘들게 한다. 다른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이아무개(48)씨는 “사내하청업체 노동자가 현장에서 작업 방식의 위험성 등을 건의해도 원청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비용이 발생하고 작업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아무리 개선 건의를 해도 원청은 이를 무시하는 경향”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업체에 올해 6월까지 넘겨줄 해양플랜트 설비 출고를 한 달 앞두고 노동절에도 무리하게 작업을 하다가 이번 사고가 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중공업 쪽은 지난 1일 정규직 노동자 1000여명,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1만2000여명이 일했다고 이날 확인했다. 작업장의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수가 정규직의 12배다. 삼성중공업 쪽이 밝힌 평상시 노동자 수는 정규직 생산직 5000여명,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2만5000여명이다. 1대 5의 비율이다. 노동절을 맞아 정규직 노동자가 대부분 쉬는 상황에서 안전 관리에 취약한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이 평소보다 두배 이상의 비율로 일을 하는 상황에서 사고가 난 것이다.
또 다른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는 “정규직 노동자에 견줘 사내하청업체 노동자의 임금은 70% 수준이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사내하청업체의 일이 없어지기 때문에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노동절에도 특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고 피해자가 모두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인 이유들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청업체의 노동자가 죽어가는 상황인데도 조선업계의 구조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작업 부주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거제경찰서장을 본부장으로 35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꾸린 경찰은 이날 “골리앗크레인과 타워크레인의 작업 반경이 겹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통영지청은 이날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 사업장에 전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작업중지 명령은 1차에 한해 2주 동안 유지된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크레인 충돌 사고와 관련해 이날 사과문을 내어 “진심으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고 원인을 철저히 밝히고 이에 따른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거제/김영동 기자,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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