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이 선에 걸리더라도 왼쪽처럼 후보 1명에게만 찍혔으면 유효 처리된다. 하지만 오른쪽처럼 후보 2명에게 찍히면 무효 처리된다.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 제공
“아! 손 떨려. 기표칸이 너무 작아서 도장을 찍지 못하겠네.”
4일 아침 출근을 하며 경남 창원 집 근처 동사무소에 들러 대통령선거 사전투표를 했다. 후보 15명이 적힌 투표용지를 보는 순간 손이 떨렸다. 잉크가 나오는 기표용구를 찍는 기표칸이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칸 밖에 기표가 될까 봐, 왼손으로 투표용지가 흔들리지 않게 꽉 누른 다음, 오른손으로 조심조심 기표칸 가운데에 찍었다. 찍고 보니, 기표의 빨간색 둥근 선이 키표칸 선에 닿을락 말락 했다. 출근해서 이날 사전 투표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기표칸이 너무 작아 찍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렇다면 정말 투표용지의 기표칸이 예전보다 작아졌을까? 정답은 ‘작아졌다’이다.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 설명을 종합하면, 중도사퇴자를 포함해 후보가 15명인 제19대 대통령선거 투표용지의 기표칸 크기는 가로 1.5㎝×세로 1.0㎝이다. 지난 2012·2007년 대통령선거 때와 비교하면 기표칸의 가로 길이는 같지만, 세로(높이) 길이는 0.3㎝ 줄었다. 투표용지의 기표칸 높이가 2013년부터 중도사퇴자 포함 후보자가 6명 이하이면 1.5㎝, 7~11명이면 1.3㎝, 12명 이상이면 1.0㎝로 ‘후보자별 투표용지 규격’이 세분화됐기 때문이다. 기표용구의 지름은 0.7㎝로 변함없다. 게다가 예전 대통령선거 때 쓰던 투표용지는 위아래 칸이 실선 1개를 사이에 두고 나뉘었으나, 2013년부터는 칸과 칸 사이에 1.0~0.3㎝ 간격을 두고 있다. 이번 대통령선거 투표용지엔 칸과 칸 사이 간격이 0.5㎝이다.
이에 대해 경남도선관위 관계자는 “예전 대통령선거에 견줘 기표칸 높이가 0.3㎝ 줄었고, 구분선까지 생겨 유권자들이 시각적으로 복잡해져 불안을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도장이 칸에 걸치거나 조금 벗어나 1차 자동 개표과정에서 ‘미분류’ 처리되더라도, 개표원이 다시 육안으로 검사해 후보 2명에게 모두 걸쳐서 찍히지만 않았으면 ‘유효’처리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선거부터 무효표 처리 기준을 바꿨다고 밝혔다. 투표용지 위아래 칸이 실선으로만 구분되던 이전엔 기표가 두 후보에게 걸친 경우 일단 유효표로 처리하고, 누구에게 더 많이 걸쳤냐를 따져 해당 후보에게 1표를 줬다. 하지만 이번부터 투표용지에 기표칸마다 0.5㎝씩 간격을 두면서, 지름 0.7㎝ 기표가 양쪽 후보에 걸치면 무효 처리한다.
창원/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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