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경기도 고양시 일산호수공원의 꽃박람회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꽃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고 있다. 고양꽃박람회는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6~7일 관람객 수가 예상보다 40% 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고양시 제공
올들어 최악의 미세먼지가 수도권을 강타한 지난 주말 경기북부에서는 고양국제꽃박람회와 파주 어린이책잔치, 연천 구석기축제 등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가 열렸으나 관람객이 크게 줄고 예약이 무더기 취소되는 등 파행을 겪었다.
8일 각 지자체의 설명을 들어보면, 고양시 일산호수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고양국제꽃박람회는 지난 6~7일 이틀간 관람객 수가 4만8천명에 그쳤다. 이는 앞선 주말인 4월29~30일(10만6천명)과 견줘 45% 수준이고 주최 쪽이 예상한 8만명에도 크게 못미쳤다. 우지환 고양꽃박람회 운영본부장은 “대부분 가족 단위로 구경오는데 아이들 건강이 염려돼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대선 기간이라 단체관람객도 거의 없어 입장료 수입뿐 아니라 입점 업체, 주변 상권의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고양꽃박람회는 오는 14일까지 진행된다.
5~7일 파주출판도시에서 진행된 어린이책잔치도 사전 예약이 취소되고 야외프로그램이 단축되는 등 미세먼지의 직격탄을 맞았다. 개막일인 5일 관광객 5만명이 출판도시를 찾았으나 6∼7일에는 각 2만명에 그쳤다. 어린이들이 책 속 주인공으로 분장하고 출판도시를 한 바퀴 도는 ‘어린이 퍼레이드’는 예약 인원의 절반이 취소한 가운데 거리도 애초 예정된 12㎞에서 7㎞로 단축 운영됐다.
연천군 전곡리 유적지에서 3~7일 진행된 구석기축제도 3일과 5일 각 10만여명의 관광객이 찾았으나 주말에는 각 4만여명에 그쳤다.
수도권 미세먼지는 8일에도 기승을 부려 이날 오전 10시~낮 12시 사이 경기도 전역에 미세먼지(PM10) 주의보가 발령됐다. 미세먼지 주의보는 권역별 미세먼지가 시간당 평균 150㎍/㎥를 넘을 때 발령된다. 이날 오후 3시30분 현재 고양시의 미세먼지 농도는 308㎍/㎥를 기록했다.
미세먼지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지만 지자체의 대책은 거의 전무한 상태다. 경기도가 미세먼지 대책의 하나로 올해 3차례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자체 인공강우 실험은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경기도는 지난해 9월 2017년 서해안 지역에서 3차례 인공강우 실험을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지만, 이후 기상청이 인공강우 실험을 하면 도는 미세먼지 저감 효과 분석만을 하겠다고 입장을 변경했다. 인공강우 실험은 다목적항공기가 자연 상태의 구름에 요오드화은이나 액체질소 등을 뿌려 빗방울을 만드는 것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인공강우 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다목적항공기 등 장비 구매 등에 많은 예산과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애초에는 도가 장비 대여 등 방식으로 독자적인 인공강우 실험을 할 계획이었으나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아 다소 계획을 변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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