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전정호 화가가 1987년 제작한 걸개그림 <백두의 산자락아래 밝아오는 통일의 새날이여>.광주시립미술관 제공
“현장 중심 시각매체물들이 현재 남아 있는 것들이 거의 없어 아쉽습니다.”
광주시립미술관과 5·18기념재단이 6월항쟁 30돌 기념으로 개최하는 ‘응답하라 1987’전의 작가인 이상호(56)·전정호(56) 화가는 10일 “이번 전시를 계기로 현장미술 시각매체 자료가 수집돼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연구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1987년 민주화 시위 현장에 걸렸던 걸개그림, 판화, 깃발그림, 만장 형식의 현장미술 시각매체들이 약 40점 전시된다. 이번 전시에는 1987년 두 작가가 제작한 17점의 목판화와 고무판화 작품, 그리고 판화 원판 일부를 직접 볼 수 있다. 나머지 작품들도 2006년 복원한 것들이다. 두 작가의 수많은 작품은 “우리 시대 자화상이자 자연스런 예술적 산물”(임종영 학예연구사)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진호 광주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걸개그림이나 깃발그림 등 그동안 미술사적으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현장미술 시각매체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상호 화가의 판화작품 <죽창가>(1987).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두 작가는 조선대 미술대 동문 출신 화가이다. 이씨 등은 1985년 대학 미술패 ‘시각매체연구회’를 결성해 이듬해 ‘땅끝’으로 개편해 후배들과 민주화 투쟁을 위해 수많은 판화와 걸개그림, 만장 등을 제작하는 등 대학 미술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1987년 4학년 재학 당시 걸개그림 <백두의 산자락아래 밝아오는 통일의 새날이여>를 제작했다. 이 작가 등은 노동자와 농민이 미국의 성조기를 찢는 장면이 빌미가 돼 미술인 최초 국가보안법으로 구속 수감됐다.
전정호 화가의 판화작품 <해방아리랑>(1987).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이번 전시는 7월 30일까지 이어진다. 개막행사는 11일 오후 5시에 시립미술관 본관 제3,4전시관에서 열린다. 개막식에는 1987년 작가 구속 당시 변론을 맡았던 한승헌 변호사와 1988년 ‘전국민족민중미술운동연합 건설준비위원회 공동의장’이었던 홍성담, 송만규 작가 등 1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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