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부산 서구 동대신동에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교인 경남고 정문에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는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문재인 동문(25회)의 대통령 당선을 축하합니다.”
10일 오전 11시께 부산 서구 동대신동에 있는 경남고 정문에는 이런 내용의 펼침막이 내걸려 있었다. 경남고는 평소처럼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수업이 한창이었다. 경남고 안 중앙건물로 가는 길엔 김영삼(경남고 3회) 전 대통령의 흉상과 안용백 경남고 초대 교장의 흉상이 있었다. 안용백은 일제강점기 때 친일 행위로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 행위자 704명에 포함됐는데,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단체에서 학교 쪽에 흉상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경남고와 동문회는 내부 협의를 통해 해결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대호 경남고 교장은 “경남고는 대통령을 두 명씩이나 배출한 학교가 됐다. 문 대통령은 어려운 형편에서도 학업에 힘을 다했고, 결국 대통령이 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태석 신부 등에 이어 문 대통령도 학생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 정권에서는 국정교과서 문제 등과 관련해 교육 현장과 소통이 되지 않아 답답했는데, 이번 정권에서는 현장의 목소리가 교육정책에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경남고와 동창회는 문 동문의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별다른 축하 행사를 마련하지 않기로 했다. 이병찬 경남고 총동창회장은 “경남고는 3부(행정·입법·사법) 기관의 수장을 배출한 고교가 됐다.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등 2명이나 배출했다. 문 대통령이 온 국민을 아울러 모두가 행복해지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5년 뒤 국민의 축복 속에서 퇴임하는 대통령이 되길 3만여 동창이 기원한다”고 말했다. 경남고 근처에서 20여년 동안 잡화점을 운영하는 유아무개(60)씨는 “문 대통령이 청와대의 주인이 됐지만 당장 서민의 삶이 바뀌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차근차근 국민이 편안한 나라를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10일 부산 영도구 남항동의 남항화랑맨션. 이곳엔 문재인 대통령의 어머니 강한옥(90)씨가 살고 있다.
낮 12시40분께 문 대통령의 어머니 강한옥(90)씨가 살고 있는 부산 영도구 남항동 남항화랑맨션 앞쪽의 큰 도로엔 영도구민에게 문 대통령 당선 감사 인사를 하는 김비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중구·영도구 지역위원장 등을 태운 차량이 지나갔다.
남항화랑맨션 관리사무소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박아무개(73)씨는 “문 대통령의 어머니 강씨는 인사도 먼저 건네는 등 이웃을 편하게 해준다. 아들이 대통령이 된 뒤 집에서 나오지 않고 있는데, 행동을 더 조심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 대통령에게 “어머니 집을 방문할 때 가끔 봤는데, 말투며 행동거지며 인품이 일품이었다. 서민이 잘사는 나라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문 대통령의 어머니 강씨와 같은 동에 사는 김아무개(78)씨는 “조선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아들과 대학생 손주가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돈 없는 사람이 반듯한 직장이 있어야 삶의 희망이 생긴다. 문 대통령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까지 대표 변호사로 있었던 법무법인 부산의 직원들은 평소처럼 일했다. 송병곤 전 사무장은 “30여년 동안 문 대통령과 일했다. 늘 신중하고 절제된 모습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넘지 못했던 벽을 넘을 수 있는 기초를 닦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부산/글·사진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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