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치러진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당선인이 50.38%를 얻은 경북 김천시 율곡동 김천혁신도시의 모습. 김천시 제공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경북의 6개 지역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보다 문재인 당선인에게 더 많은 표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겨레>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을 통해 대구(139곳)와 경북(332곳)의 읍면동 471곳의 개표 결과를 분석한 결과, 경북의 5개 동과 1개 읍 등 모두 6곳에서 문 당선인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받았다. 김천시 율곡동에서는 문 당선인이 50.38%(4754표)를 받아, 17.16%(1619표)를 얻은 홍 후보를 크게 앞섰다. 율곡동은 2014년 한국도로공사 등 공공기관 12개를 이전해 생긴 신도시다.
포항시 남구 효곡동에서도 문 당선인이 31.98%(5729표)를 받아, 29.84%(5346표)를 얻은 홍 후보를 앞섰다.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이 있는 효곡동에는 소득이 높은 사람들이 많이 산다. 칠곡군 석적읍에서도 문 당선인(33.66%·5511표)이 홍 후보(25.12%·4113표) 보다 많은 표를 얻었다. 석적읍은 구미국가산업단지 바로 아래에 있는 아파트 밀집 지역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시에서는 3곳에서 문 당선인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공단2동에서는 문 당선인이 30.93%(1024표)를 얻어, 30.66%(1015표)를 받은 홍 후보를 근소하게 앞섰다. 진미동에서는 문 당선인과 홍 후보가 각각 33.30%(3305표)와 27.17%(2697표)를 얻었다. 양포동에서는 문 당선인이 34.50%(7925표), 홍 후보가 28.04%(6442표)를 받았다. 이 지역은 모두 구미국가산업단지가 있고,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많이 산다.
이번 대선에서 홍 후보는 대구와 경북에서 각각 45.36%와 48.62%를 얻었다. 2012년 12월 치러진 제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구와 경북에서 각각 80.14%와 80.82%를 받았다. 문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 대구의 8개 구·군 가운데 달성군에서 가장 많은 득표율(23.13%)를 얻었다. 달성군은 박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4번이나 한 지역구다. 원래 농촌지역이었던 달성군은 지난 몇년 동안 아파트 등이 건설되면서 젊은층이 많이 유입됐다. 2007년 16만여명이었던 달성군 인구는 현재 22만여명에 이르고 있다.
대구와 경북에서 문 당선인에게 많은 표를 준 지역은 모두 젊은층이 많이 사는 곳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이들 지지역의 주민 평균 나이는 김천 율곡동 31.2살, 포항 북구 효곡동 37.0살, 칠곡 석적읍 31.3살, 구미 공단2동 32.6살, 구미 진미동 32.9살, 구미 양포동 30.6살이다. 전국 평균 나이는 41.2살, 경북 평균 나이는 44.0살이다.
채장수 경북대 정치외교학교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구와 경북에서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탈보수 흐름이 생겼고, 이번 대선에서 일정 부분 변화를 가져왔다고 본다. 하지만 이 변화는 지난 수십년 동안 견고해져 있는 대구와 경북의 보수 프레임을 뒤집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다음 지방선거와 총선을 통해 대구와 경북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대구/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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