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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노래 부르는 방식을 바꿨을 뿐인데

등록 2017-05-18 14:30수정 2017-05-18 16:30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 유가족인 김소형씨를 위로하고 있다. 광주/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 유가족인 김소형씨를 위로하고 있다. 광주/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노래 부르는 방식을 바꿨을 뿐인데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18일 오전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돌 5·18민주화운동기념식장에 참석한 1만여명의 시민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소복을 입은 오월어머니들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무대에서 합창단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면 사람들이 따라 부르던 지난해 5월과 달랐다. 목이 터질 듯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한 시민에게 누군가 농담처럼 “오매, 소리꾼처럼 득음하시겄오야~”라는 농담을 던졌다.

5·18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거리에서 부르던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이 노래를 마음껏 부르지 못했다. 정부는 2009년 5·18기념식 때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본행사에서 제외하고 식전행사에서 합창단이 부르게 하며 ‘이상조짐’을 보였다. 2011년부터는 본행사에 포함되긴 했지만 합창 형태로 바뀌어 지난해까지 이어져 왔다. 때론 5·18단체 등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허 방침에 항의해 따로 옛 망월동 묘지에서 기념식을 열기도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왜 이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했을까? 김대중-노무현 정부 이후 10년 만에 집권한 ‘우파 정권’은 그들의 시각으로 현대사를 다시 정립하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항상 걸림돌이 되는 게 5·18민주화운동이었다. 노태우·김영삼 정부를 거치면서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했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뿌리를 따라가 보면 전두환·신군부 세력과 닿아 있기 때문이다. 5·18의 의미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태생적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5·18을 부정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2009년부터 줄기차게 <임을 위한 행진곡>을 건드렸다. 이른바 5·18의 상징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였다. 국가보훈처는 5·18기념곡을 새로 만들려고 하거나 합창으로 바꾸려고 하는 등 상징 지우기를 시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5·18 상징 흔들기’를 일거에 중단시켰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단순한 노래가 아닙니다. 오월의 피와 혼이 응축된 상징입니다. 5·18민주화운동의 정신, 그 자체입니다.” 문 대통령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은 희생자의 명예를 지키고 민주주의의 역사를 기억하겠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환호했다. “아따, 오랜만에 속이 션(시원)하구먼….”

하지만 이 노래가 국립5·18민주묘지를 넘어 전국의 많은 시민들 사이에서 ‘제창’되기 위해선 5·18의 진상규명이 절대적으로 선행돼야 한다. 지금도 인터넷에서 5·18을 검색하면, ‘북한 특수군’이라는 단어가 따라 나온다. 일부 수구집단에서 5·18을 폄훼·왜곡하는 글이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지만 그동안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 5·18과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정당성을 흠집내기 위한 수단으로 ‘종북’이라는 딱지를 동원한 것을 사실상 방치했다.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5·18 발포명령자 등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상규명을 약속했다. 진상규명을 통해 5·18이 전두환·신군부의 국헌문란 내란행위에 저항한 민주화운동이라는 것을 청소년들이 알아야 한다. 그래야 광주를 넘어, 미래에까지 <임을 위한 행진곡>이 곳곳에서 제창될 것 같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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