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군이 2005년 군민 성금 등 5억3000만원을 들여 제작한 세계 최대 가마솥. 2007년 이후 사용하지 않고 방치돼 사실상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괴산군청 제공
세계 최대 솥인 ‘괴산군민 가마솥’의 운명이 갈림길에 섰다.
충북 괴산군은 25일까지 괴산군청 누리집을 통해 ‘괴산군민 가마솥’ 활용방안 설문조사를 한다고 19일 밝혔다. 괴산군은 “가마솥을 제작한 지 12년이 지났다. 옥수수 삶기 등을 했지만 2007년 이후 실적이 전무하다. 설문조사를 통해 현실적·효과적인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설문 문항을 보면, ‘최소 비용을 들여 지붕을 한옥 형태로 하고 내방객을 위한 전시 홍보용’, ‘최소 비용을 들여 지붕을 한옥 형태로 하고, 지속적인 관리와 행사 시에 사용’ 등 두 가지로 한정하고 있다. ‘기타’ 의견란도 있다.
하지만 군이 답을 정해 두고 설문이라는 형식을 빌려 군민의 여론을 몰아가려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두 질문 모두 ‘최소 비용을 들여 지붕을 한옥 형태로’라는 문구를 넣어 지붕 변화는 기정사실로 했다. 또 군청 누리집 설문조사 설명에서 이미 “조리가 불가능하고, 행사 진행은 어렵다”고 밝혀, 두 번째 문항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다. 김혜란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팀장은 “두 번째 문항 ‘행사 시에 사용’보다, ‘전시 홍보용’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금처럼 관리하되 지붕만 바꾸겠다는 의도적이고 형식적인 설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군은 누리집에 올린 설문조사 배경 설명에서 “바닥이 너무 두꺼워 솥 아래위의 온도 차가 크다. 조리는 불가능하고, 무쇠 특성상 녹물이 나와 조리 시 위생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더는 행사 진행이 어렵다”고 밝혔다.
괴산군민 가마솥은 괴산군이 군민 성금 등 5억3000만원을 들여 2005년 9월 제작했다. 일부 군민은 집 안에 있던 고철을 내놓기도 했다. 군은 애초 ‘군민이 함께 한솥밥을 먹는다’는 군민 화합 취지로 솥을 제작했다. 솥 상단 지름 5.68m, 높이 2.2m, 둘레 17.85m, 무게 43.5t 등 세계 최대 규모다. 군은 애초 쌀 50가마로 밥을 지으면 군민 4만명이 나눠 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밥을 짓지는 못했다. 2005년 제작 시연 때와 2007년 옥수수 삶기를 시도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군은 2007년 이후 사용을 하지 않고 있으며, 해마다 1~2차례 들기름 칠을 하는 등 관리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김전수 괴산군 시설사업소 문화관광시설팀장은 “군은 그동안 괴산군민 가마솥 쓰임새를 두고 다각도로 고민해왔다. 다른 곳에 옮기려 했지만 이전 비용만 4억~5억 정도로 예상됐다. 군민의 다양한 뜻을 들어 활용방안을 찾을 방침”이라고 말했다.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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