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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거 8주기 앞둔 봉하마을 주차장 ‘만원’…헌화대엔 국화 수백 송이

등록 2017-05-21 14:03수정 2017-05-21 21:25

르포-노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앞둔 봉하마을
21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문재인 대통령의 19대 대통령 당선을 축하는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21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문재인 대통령의 19대 대통령 당선을 축하는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21일 오전 9시께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로 향하는 도로 가장자리엔 노란색의 바람개비가 쉼 없이 돌고 있었다. 곳곳에 있는 가로수 사이에는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합니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펼침막이 내걸렸다. 봉하마을 입구 도로에는 마을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주차장은 차로 꽉 찼다.

주차장에서 차량 주차를 안내하던 자원봉사자 조아무개(54)씨는 “주차장이 꽉 찼습니다. 봉하마을 앞쪽에 있는 생태농업단지 쪽 농로로 가세요”라고 외쳤다. 조씨는 “평소 주말엔 3000~4000여명이 봉하마을을 방문했다. 19대 대통령 선거가 시작된 지난달 주말부터는 평균 1만여명이 이곳을 찾는다. 23일 열리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는 인파가 얼마나 모일지 벌써 걱정”이라며 웃었다.

21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문재인 대통령의 19대 대통령 당선을 축하는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21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문재인 대통령의 19대 대통령 당선을 축하는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생태농업단지의 논에는 모내기용 벼가 있는 모판이 일렬로 놓여 있다. “모내기가 한창이어야 할 5월인데도, 마을 주민들이 논에 벼를 심지 않고 있어요. 주차장이 부족해 농로까지 주차장으로 사용해야 하는 사정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마을 주민들이 이해해주고 기꺼이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다른 자원봉사자가 마을 주민에게 고마워했다. 봉하마을 안내소 자원봉사자는 “오늘 하루 2만여명이 이곳을 찾을 듯하다”고 말했다.

21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대통령 생가를 찾은 시민 모습.
21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대통령 생가를 찾은 시민 모습.
봉하마을을 찾은 방문객들은 가족의 손을 잡고 ‘노무현 대통령의 생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노 전 대통령은 이곳의 생가에서 1975년까지 살았다. 방문객들은 생가 안방 벽에 걸려 있는 노 전 대통령의 군 복무 당시 사진과 생가 부엌을 보며 사진을 찍었다. 이날 새벽 5시에 서울에서 출발해 봉하마을에 왔다는 박아무개(54)씨는 아들(18)에게 노 전 대통령의 삶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박씨는 “한때 일부 언론 등에서 노 전 대통령의 사저를 ‘아방궁’에 비유했는데, 직접 눈으로 확인하려고 처음 봉하마을을 방문했다. 2009년 당시 (노 전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초기 개혁 방향을 잘 잡고 나아가는 듯하다. 초심을 잃지 말고 꾸준히 개혁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노 전 대통령 생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노무현 대통령 추모의 집’에는 인권 변호사, 국회의원, 대통령을 지낸 노 전 대통령의 삶이 사진과 함께 전시되고 있다. 추모의 집 한쪽에선 노 전 대통령의 연설을 모아놓은 영상이 상영됐다. 박아무개(32·부산)씨는 “노 전 대통령은 친구 아버지 같은 친근함을 느낀다. 대학 때부터 그를 존경해왔고, 봉하마을을 자주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뜻을 이어받아 서민이 잘사는,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데 힘써달라”면서도 “퇴임 후 고향 마을에서 조용히 사는 노 대통령을 해코지한 기득권을 잊지 않고 있다. 이들도 꼭 청산해달라”고 강조했다.

21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의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 참배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21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의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 참배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봉화산 앞쪽에 있는 ‘노무현 대통령 묘역’ 헌화대에는 하얀색 국화 몇백개가 놓여 있었다. 참배객들은 각각 국화꽃 한 송이를 들고 묘역 헌화대에 놓은 뒤 분향했다. 이어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이 잠들어 있는 너럭바위로 이동해 묵념했다. 너럭바위 바닥에 새겨진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라는 노 전 대통령의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는 참배객의 모습도 보였다. 김아무개(41)씨는 “23일 추도식에는 참석하지 못해 미리 봉하마을을 찾았다. 문 대통령이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대감이 크다. (노 전 대통령께서) 하늘에서 굽어살펴 주길 손 모아 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왔다는 다른 김아무개(44)씨는 “이전까지 정치에 무관심해 노 전 대통령이 살아온 길을 잘 알지 못했다. 아내의 권유로 노 전 대통령이 걸어온 길을 뒤늦게 보고 눈물이 났다. 지금에서야 내 힘도 보태려고 한다. 문 대통령께도 우리 가족의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의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서 참배객들이 노 전 대통령이 잠들어 있는 너럭바위를 바라보고 있다.
21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의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서 참배객들이 노 전 대통령이 잠들어 있는 너럭바위를 바라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묘역 앞의 생태공원 잔디 동산에는 행사용 의자 1200여개가 쌓여 있었다. 23일 오후 2시께 엄수되는 노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 사용하기 위해서다. 8주기 추도식 구호는 ‘나라를 나라답게, 사람 사는 세상’으로 정해졌다. 노 전 대통령이 못다 이룬 꿈을 문 대통령이 이어서 실현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오상호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은 “8주기 추도식에는 전국에서 많은 추도객이 모여들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회의장 등 많은 정치인이 참석한다는 뜻을 밝혀왔다. 추도식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해/글·사진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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