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들머리에서 청소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차별, 인권유린 등의 글이 적힌 종이를 ‘적폐청산 쓰레기통’에 담아 버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제공
ㄱ(55)씨는 2007년부터 10년째 부산의 한 대학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대학과 청소용역 계약을 맺은 업체 소속 노동자인 그는 토·일요일을 빼고 날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대학 건물 등을 청소한다. 한 달 급여는 130만원 수준이다. 2010년 남편(63)이 직장을 잃은 뒤부터는 네 식구의 가장 노릇도 하고 있다. 그는 “남편이 5~6년 전부터 당뇨병 등 지병을 앓고 있어 병원비 부담이 늘었다. 한 달 급여로 네 식구 생계를 꾸려가기가 벅차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청소노동자에 대한 차별 대우는 여전하다. ㄱ씨는 “최저임금을 적용해 급여를 받고 있는데, 연차수당, 가족수당 등 각종 수당은 받지 못하고 있다. 눈치가 보여 휴가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다. 해마다 대학이 다른 용역업체와 계약할 때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청소 업무지시도 대학이 하는데, 원청인 대학이 간접고용이 아니라 직접 고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또 다른 대학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 ㄴ(52)씨는 “그나마 노조에 가입한 청소노동자는 주5일제에 최저임금 적용이라도 받지만, 노조에 가입하지 못한 청소노동자의 노동조건은 더 열악하다”며 “국립대 청소노동자는 시중노임 단가(시간당 8330원)가 적용되고, 사립대 청소노동자는 최저임금(시간당 6470원)을 받고 있다. 대학과 공공기관은 이를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11년 용역노동자 임금을 시중노임 단가로 책정하라는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2017 차별철폐대행진단’은 23일 고용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들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청소노동자 최저임금 1만원 시행과 차별 철폐’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또 △청소 용역업체 교체·변경 때 고용 보장 △인권보장 △공공기관 등의 청소노동자 직접고용 등도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 뒤 비정규직, 차별, 인권유린 등의 글이 적힌 종이를 ‘적폐청산 쓰레기통’에 담아 버리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더럽고 힘든 일을 하는 청소노동자가 임금을 더 많이 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들의 노동조건 개선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