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 그림이 들어간 고려시대 ‘청자운학무늬 매병’. 울산 울주군 온산읍 당월리 연자도에서 파편 형태로 출토된 것을 원형대로 복원한 것이다.
울산에는 무학산, 학성, 학등, 비학, 학소대, 학천 등 ‘학’(鶴)자가 들어간 지명이 많이 남아 있다. 조선시대 울산도호부 관아 동헌의 이름은 일학헌·반학헌, 동헌 정문은 가학루였으며, 객사는 학성관으로 불렸다. 신라 말과 고려 초 울산은 각각 ‘신학성’과 ‘학성’이라는 별호로 불리기도 했다. 1933년 발간된 <울산군향토지>에는 당시 범서면과 청량면 일대에 학이 날아온 것으로 기록돼 있다.
울산 대곡박물관은 울산의 광역시 승격 20돌을 기념해 울산을 상징하는 학과 관련한 문화를 조명하는 특별전 ‘학성, 학이 날던 고을 울산’을 30일부터 9월24일까지 연다. 전시는 △울산, 학 고을이 되다 △울산, 학 문화를 잇다 △학을 이야기 하다 등 3부로 나뉜다. 고려시대 청자운학무늬 매병과 대접, ‘신학성 장군’ 박윤웅 관련 <울산박씨 족보>, 학성이씨 충숙공 이예 관련 <학파실기>, 일학헌·반학헌·가학루·학성관 관련 문헌과 사진자료, 울산학춤 복식 등 유물 30여점이 선뵌다.
<울산박씨 족보>. 울산박씨 시조 박윤웅은 신라 말 울산지역(흥례부)을 지배했던 지방호족으로 ‘신학성 장군’으로 불렸고, 고려의 후삼국 통일에 기여했다. 이후 고려 성종은 울산(울주)의 별호를 학성이라 했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학을 직접 기르고, 일본과 학을 통한 외교 교섭이 이뤄진 사실도 소개한다. 또 조선시대부터 근대까지 당대 명사들이 울산 대곡천 유역 집청정과 반구대 일대를 둘러보고 지은 시를 모은 <집청정시집>에서 학과 관련한 부분도 재조명한다. 이 시집에는 260명이 지은 한시 406수가 실려 있는데, 이 가운데 84수에서 학이 등장한다.
개막식은 30일 오후 2시 박물관 앞마당에서 향토사학자와 문화계 인사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다. 31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특별전과 연계해 학 그림이 있는 대곡천 반구대(포은대)를 답사하는 행사도 열린다. 박물관 주위에선 선사시대 문화유적 천전리 각석(국보 147호)도 둘러볼 수 있다.
신형석 대곡박물관장은 “광역시 승격 20돌을 맞아 울산 지역사와 문화에 관한 관심과 이해의 폭을 넓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꼭 시간을 내서 특별전이 알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사진 대곡박물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