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지난 9일 경기도 파주시 조리읍 봉일천교 아래서 공릉천 수질오염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박경만 기자
지난 3월 이후 물고기 떼죽음이 잇따르는 경기도 파주시 공릉천의 수질을 조사한 결과 정제되지 않은 석유 성분이 다량 검출됐다. 오염이 심각해 공릉천 물을 농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파주환경운동연합은 29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공릉천에서 채취한 하천수를 분석한 결과 다수의 알케인(사슬모양의 탄화수소) 등 다양한 종류의 정제되지 않은 석유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검출된 기름 성분은 흡인유해성 구분 1등급, 급성 및 만성 수생환경 유해성 구분 1등급의 테트라데칸 등으로 생태환경뿐 아니라 주민 건강에도 매우 해로운 성분이다.
파주환경운동연합이 지난 17일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농생명과학공동기기원(NICEM)에 의뢰한 수질오염 분석에서도 공릉천 수질은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의 하천수 환경기준상 ‘매우 나쁨’에 해당했다. 기기원 쪽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기준치 8이하)은 17.9㎎/ℓ, 화학적 산소요구량(COD·기준치 6.0~8.5)은 17.8, 총인(T-P·기준치 0.1 이하) 0.35, 전질소(T-N·기준치 1.0 이하) 10.64를 기록하는 등 농업용 2급수 기준치조차 2~10배가량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파주환경운동연합은 이현정 관동대 연구교수와 환경운동연합 신재은 팀장 등과 함께 물고기 떼죽음이 발생한 파주시 조리읍 봉일천교와 고양 지영교 사이 구간 3곳에서 시료를 채취해 전문기관에 분석을 의뢰했다.
공릉천은 해마다 겨울이면 비오리, 청둥오리 등 다양한 철새를 볼 수 있는 탐조코스로 이름이 높은 곳이다. 서울국토관리청이 500여억원의 예산을 들여 2014년 생태하천 공사를 벌인 뒤 악취가 풍기는 물고기의 무덤이 됐다. 환경단체와 수질 전문가들은 공릉천 인근 공장과 축사장에서 흘러드는 오폐수, 분뇨, 생활하수 등 오염원 유입은 그대로 둔 채 생태하천 공사로 가동보와 자전거길, 생태공원 등을 조성해 물흐름을 방해하면서 생긴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겨레> 5월10일치 18면)
파주환경운동연합의 한 회원이 지난 17일 공릉천에서 폐사한 잉어를 건져 들어보이고 있다. 파주환경운동연합 제공
현장을 답사한 이현정 관동대 연구교수는 “공릉천 주변 공장의 유해화학물질 저장소 등에서 정제가 되지 않은 오염물질이 유출됐거나 겨우내 쌓여 있던 오염물질이 날이 풀리면서 한꺼번에 쓸려왔을 가능성이 있다. 기름물질을 그대로 두면 산소공급이 안돼 생태계가 망가지므로 제거가 급선무”라고 말했다.
파주환경운동연합은 민·관 대책위원회를 꾸려 공릉천 물고기 떼죽음의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울 것을 파주시에 요구했다. 이 단체는 “수원시는 2014년 원천리천 물고기 집단폐사가 발생하자 민·관대책반을 꾸려 현장조사, 폐사체 부검, 향후 대책 등 어류폐사 초기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재발방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파주시도 민·관 대책반을 꾸려 배출 오염원 점검과 함께 하천수의 중금속 오염도 조사, 폐사 물고기 부검, 기름성분 정밀 분석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파주시는 “갈수기에 수량이 감소한 데다 공릉천 지류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질이 공릉천에 설치된 농업용수용 보에 오랜 기간 퇴적·부패해 용존산소 부족으로 물고기가 폐사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 부서 합동으로 공릉천 주변의 오염물질 발생원에 대한 전수조사, 하천 하부 토질 실태조사, 지도·점검 강화, 고양시와 합동점검 등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파주환경운동연합은 기름물질의 오염원을 밝히기 위해 지난 25일 2차로 시료를 채취해 한국환경과학기술연구원에 정밀분석을 맡겨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공릉천은 경기도 양주에서 발원해 고양을 거쳐 파주시 오도동 북쪽에서 한강으로 합류하는 한강 제1지류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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