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조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이 1일 기자회견을 통해 전날 경찰에 체포됐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경찰이 울산시의회 의사당 옥상에서 농성하다 중재에 나선 시의원과 면담하던 노동자에게 갑자기 수갑을 채우고 체포했다가 4시간여 만에 석방해 지역 노동계가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1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시의회 옥상농성 노동자를 강제연행한 경찰을 규탄했다. 앞서 울산 남부경찰서는 지난 31일 오후 4시45분께 “지난해 임·단협 해결과 조선업 구조조정 중단을 위해 울산시와 시의회가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하며 울산시의회 의사당 옥상에서 7일째 농성 중이던 현대중공업지부 김진석 수석부지부장과 김병조 정책기획실장 가운데 김 실장을 긴급체포했다가 4시간 만에 석방했다. 체포 당시 김 실장은 농성장 3m 아래 옥상 바닥에서 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문병원 의원과 면담하고 있었다.
김 실장은 이날 기자회견장에 나와 “문 의원과 한창 대화를 하는데 갑자기 경찰이 들이닥쳤다. 문 의원이 ‘시의회에서 중재를 위한 대화를 하는데 경찰이 개입하면 안된다’고 했는데도 경찰은 ‘현행범이기 때문에 올려보낼 수 없다’고 한 뒤 농성장으로 오르는 사다리 난간을 잡는 순간 수갑을 채우고 강제로 연행했다. 경찰서에서 계속 묵비권을 행사하자 경찰이 ‘이후에 다시 부르겠다’며 귀가 조처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등은 기자회견에서 “경찰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옥상 고공농성장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체포에만 혈안이 돼 있음을 보여줬다”며 남부경찰서장과 울산경찰청의 사과를 요구했다. 또 김기현 울산시장과 울산시의회에도 “조선산업 구조조정 문제 등에 대해 어떤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 왔는지 묻고 싶다. 단지, 농성 노동자 철수에만 더 관심 있지 않은지 의문”이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현대중공업 회사 쪽에도 “(옥상 농성 외에도) 백형록 지부장의 단식농성이 16일째 접어들고 있는데, 곡기를 끊고 성실한 대화를 촉구하는 절절함에 답해야 한다”며 노조와의 성실한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조 간부들은 회견 뒤 윤시철 울산시의회 의장을 만나 농성 노동자 보호와 조속한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이날 오후 6시 울산시청 앞에서 ‘구조조정 중단! 현대중공업 규탄! 긴급 결의대회’를 연다. 울산/글·사진/신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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