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일산호수공원 작은 동물원에서 사육중인 두루미 한 쌍이 지난달 19일 맨 땅에 알을 낳은 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알 주변을 서성대고 있다.
초보 두루미 부모가 넣어준 지푸라기를 이용해 둥지를 만들어 부리로 알을 굴려 옮기고 있다.
엄마 두루미가 알을 품고 있다. 예정대로 부화될 경우 이달 20일께 아기 두루미가 탄생한다.
산란 이후 예민해진 두루미들의 안정을 위해 일산호수공원 두루미 사육장에 설치된 가림막과 표지판.
아빠 두루미가 깨진 알을 찾기 위해 둥지를 헤집고 있는 것을 엄마 두루미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호수공원의 명물인 두루미 한 쌍이 부부 연을 맺은 지 4년 만에 첫 산란에 성공해 눈길을 끌고 있다. 호수공원 두루미는 2013년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데려온 암수 한 쌍으로, 시민들은 부화까지 성공하기를 기원하며 응원하고 있다.
일산호수공원 두루미는 애초 중국 치치하얼시가 1997년 자매도시인 고양시의 꽃박람회 개최를 축하하며 한 쌍을 보내온 것으로, 2000년께 암컷이 죽자 홀로 지내던 수컷을 서울동물원으로 보내고 대신 서울동물원에서 한 쌍을 데려온 것이다.
6일 고양시 공원관리과 등의 설명을 들어보면, 두루미는 지난달 19일과 21일 2개의 알을 낳았으나 최근 1개가 깨졌고 남은 한 알을 어미가 품고 있다. 고양시는 두루미가 맨 땅에 알을 낳은 뒤 품지도 않고 주변을 서성거리자 고양 출신 생태학자인 국립해양생물자원관 한동욱 박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한 박사는 이기섭 서울동물원장과 두루미 전문가인 김태좌 박사의 자문을 받아 두루미가 스스로 둥지를 만들도록 지푸라기를 넣어주고 안정을 취할 수 있게 가림막을 쳤다. 또 인근 ‘노래하는 분수대’에서 나오는 노래 소리를 줄이고 탐방객들에게 ‘알을 품고 있으니 조용히 지켜봐달라’는 표지판을 내걸었다.
첫 산란뒤 소리를 지르고 날갯짓을 하는 등 불안해하던 두루미 부부는 보살핌 덕분에 평온을 되찾아 이틀 뒤 한 개의 알을 더 낳았다. 초보 두루미 부모는 지푸라기로 둥지를 만들어 마침내 알을 품기 시작했다. 이들은 최근 알 한 개가 깨지자 소리를 지르고 안절부절하며 둥지를 뒤집어놓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첫 산란의 경우 무정란일 확률이 높아 이미 알 한 개를 잃은 초보 두루미 부모가 남은 알도 부화시킬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동욱 박사는 “처음엔 알이 깨진 것을 모르고 왜 이런 행동을 하나 의아했는데 아마도 없어진 알이나 새끼를 찾기 위해 그랬던 것 같다. 혹시 올해 부화에 실패하더라도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가급적 개입하지 말고 환경을 갖춰주면 내년에는 성공 확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202호인 두루미는 몸길이 136∼140cm, 날개 편 길이 240cm, 몸무게 10kg 안팎으로 전세계에 3천여 마리만 서식하는 희귀종이다. 중국과 한국을 오가는 이동개체군과 일본 홋카이도의 텃새군을 포함해 모두 2750마리가 서식하며, 전세계 동물원에서 600~700마리 가량 사육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동물원 등에서 60여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해마다 6월께 2개의 알을 낳아 암수가 함께 품어 32∼33일 지나면 부화하고 6개월 동안 어미의 보호를 받으며 자란다. 평화와 장수의 상징이기도하는 두루미의 평균 수명은 야생에서는 20~30년, 사육의 경우 30~40년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평순 고양시 호수공원팀장은 “4년간 알을 낳지 않아 기대를 안했는데 지난달 초부터 유난히 두루미 울음소리가 잦아 혹시나 하고 지켜보다가 알을 발견했다. 새끼가 태어나면 비좁아 두루미 사육 환경을 재정비하고 시민의 생태교육에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글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사진 한동욱 박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