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 DMZ 식물 첫 집대성한 ‘DMZ의 식물 155마일’
남한 식물종의 55% 2504종 서식…미기록종 72종 확인
250㎞(155마일)에 이르는 비무장지대 식물을 집대성한 이 7일 출간됐다. 사진은 철책 주위에 국화과 조밥나물이 피어 있는 모습. 디엠제트자생식물원 제공
비무장지대(DMZ)에는 얼마나 다양한 식물이 살고 있을까? 비무장지대는 한국전쟁의 포성이 멈추고 60년 이상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아 ‘생태계의 보고’로 불린다.
서쪽으로 예성강과 경기도 한강 어귀의 교동도, 동쪽으로 강원 고성군 명호리까지 250㎞(155마일)에 이르는 비무장지대 식물을 집대성한 이 7일 세상에 나왔다. 정전협정 이후 64년이 지났지만, 군사상의 이유와 지뢰 등 위험성 탓에 250㎞ 철책을 따라 비무장지대의 식물을 조사해 책으로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은 비무장지대(DMZ)자생식물원 연구진(책임연구원 신현탁 연구사)들이 2013년부터 4년여 동안 매일같이 비무장지대를 드나들며 철책선 주변과 전술 도로, 군부대 막사, 소초 등을 답사한 끝에 완성한 결과물이다. 강원 양구 해안면에 있는 비무장지대자생식물원은 국립수목원 분원으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과 효율적인 보전 방안을 연구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공식 개원했다. 신현탁 연구사는 “남과 북의 경계 없이 피고 지는 비무장지대의 식물처럼 이 책을 엮은 우리의 노력이 식물을 앞세워 현실의 휴전선을 지나가는 길이 됐으면 한다”고 책 발간 이유를 밝혔다.
이번 연구로 비무장지대의 식물이 157과 754속 2504종에 이른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이는 국가표준식물목록(4497종)의 55.6%에 이른다. 즉 남한에 사는 식물의 절반 이상이 비무장지대에 살고 있다는 것으로 생물 다양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 다시 입증된 셈이다. 특히 이번 연구를 통해 분단 이후 60여년 동안 비무장지대에선 확인되지 않았던 미기록종 72종이 새롭게 보고돼 관심을 끈다. 정선황기와 들통발, 양뿔사초, 작은황새풀, 왜구실사리, 개연꽃, 순채, 산닥나무, 봉래꼬리풀 등이다. 이 가운데 희귀·멸종 위기식물인 정선황기는 비무장지대 안에서도 자생지가 도로 인근에 있어 훼손을 막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 책은 국립수목원 누리집의 연구간행물 게시판에서 전자책 형태로 공개돼 누구나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
이유미 국립수목원장은 “한반도 횡축을 담당하는 디엠제트 일대의 식물을 연구하는 일은 단절된 북녘땅의 식물을 가늠해보는 한 방법이며, 기후 변화와 함께 북상하는 남한 식물의 북방한계선을 측정하는 중요한 척도다. 이 책이 한반도 식물의 미래를 해석하는 도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