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정부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2일 의정부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콘서트를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콘서트 철회를 요구하는 의정부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 제공
경전철 파산으로 막대한 재정부담을 떠안게 된 경기도 의정부시가 5억7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주한미군 2사단 100주년 기념행사를 열기로 해 의정부시민들이 철회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시민들은 더욱이 미2사단 장갑차에 희생된 여중생 효순·미선양의 15주기를 사흘 앞둔 날에 시가 자청해서 가해자인 미군을 위한 잔치를 여는 것에 강하게 분노했다.
7일 의정부시와 시민단체의 말을 들어보면, 의정부시는 오는 10일 오후 6시부터 3시간 동안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서 ‘우정을 넘어선 미래를 위한 약속’이라는 주제로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를 연다. 콘서트는 사전 행사, 식전공연, 공식행사, 오프닝, 인트로 공연, 슈퍼콘서트 순으로 진행되며 미8군 군악대, 의정부시립 무용단·합창단, 태권도 마셜 아츠, 케이-팝, 국악, 성악, 7080 뮤지션 등이 출연한다.
이와 관련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콘서트는 미2사단 창설 100주년을 44만 의정부시민과 함께 기념하고 국가안보를 위해 애쓰고 있는 미군장병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지속적인 한미우호관계를 증진시켜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의정부 시민사회단체의 한 회원이 ‘미선이 효순이 추모주간’에 의정부시가 가해자인 미군 위안잔치를 연다며 항의하고 있다. 의정부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 제공
1917년 창설된 미2사단은 미 태평양사령부 예하 8군 소속으로 1·2차 세계대전과 6·25 전쟁 등에 참전했으며 1965년 7월부터 국내 주둔했다. 의정부에 주둔하던 미군기지 8곳 중 캠프 홀링워터, 라과디아, 카일·시어즈, 에세이온 등 5곳은 2007년에 이전됐고 캠프 잭슨, 스탠리는 8월에, 캠프 레드클라우드는 내년 7월 평택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는 경전철 파산으로 수천억원의 세금을 쏟아부어야 할 상황인데 미군을 위한 초호화판 축제를 여는 이유가 뭔지 따져물었다. 의정부지역 13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일 의정부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992년 윤금이씨 사건, 2000년 이태원 여종업원 살해사건, 2002년 효순이 미선이 사건, 2007년 노인 성폭행 등 수많은 범죄가 미2사단 소속 군인에 의해 저질러졌다”며 “이런 사실들을 무시하고 의정부시가 5억이 넘는 세금을 들여 미군 창설 기념잔치를 성대하게 여는 이유가 궁금하다. 의정부가 미국의 부속도시가 아닌 이상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는 이어 “콘서트 관람 대상의 대다수가 학생과 청소년들이어서 심각성이 더욱 크다. 연예인들을 동원해 미군 창설 축하를 청소년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반교육적 행위”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안 시장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의정부 시민사회단체 회원이 지난 2일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콘서트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안병용 의정부시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의정부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 제공
송정현 민주노총 경기북부지부장은 “경전철 파산으로 부도 직전인 시가 현안 해결에 집중하지 않고, 미선이 효순이 추모기간에 시민 세금으로 미군을 위한 잔치를 연다는 게 납득할 수 없고 시민 정서와도 동떨어진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의정부시는 콘서트에 이어 미2사단 창설 기념일인 10월26일을 전후해 10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퇴역 미군 초청 관광투어와 한미우호 증진 기념탑 건립 등 기념행사를 열 예정이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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