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수목원과 육군본부 군수참모부가 지난 7일 비무장지대 불모지 생태복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립수목원 제공
전방 경계작전 때문에 불모지로 변한 비무장지대(DMZ)에 야생화를 심어 한반도의 동서 생태축을 복원한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한반도 동서 생태축인 비무장지대에 생태학·군사적 목적을 동시에 충족하는 자생식물로 야생화 벨트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국립수목원은 이를 위해 지난 7일 육군본부 군수참모부와 비무장지대 불모지 생태복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에 따라 국립수목원은 전방 일반 전초(GOP) 일대 생태를 조사해 군사적 목적과 지역적 특성에 맞는 식물종을 선발하고 적응 시험을 진행한다. 육군본부는 생태 조사에 협력해 비무장지대 전 지역의 생태복원 방안을 마련한다.
비무장지대는 군사분계선에서 남북으로 각 2km 범위로 설정돼 있으며 총 길이는 강원도 고성에서 경기도 김포까지 248km에 달한다. 현재는 군이 작전상 나무와 풀을 제거해 맨땅의 불모지로, 큰비가 오면 침식으로 철책 붕괴의 위험마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무장지대에 심어질 예정인 키 10~40㎝의 다년초인 길뚝사초. 국립수목원 제공
국립수목원은 지역별로 기후나 식생에 알맞는 50㎝ 미만 크기로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자초과, 벼과 등 다년생 식물 50종 가량을 심기로 하고 이달부터 식물종 선발에 나선다. 국립수목원은 2015년 1차 조사에서 자생식물 780종을 확인한 바 있다. 이어 내년부터 3~5년간 현지 적응 시험을 거쳐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야생화 벨트 조성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독일의 ‘그뤼네스 반트’ 사업을 모델로 추진된다. 독일은 1989년 동·서독이 통일되면서 40년간 보전돼온 경계지역의 자연을 보호하고 끊어진 생태 축을 연결하는 국가 프로젝트를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국립수목원은 비무장지대 경관 향상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통일후 생태관광 등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또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남북 생태축인 백두대간과 서해 도서 해안에 대한 조사와 복원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유미 국립수목원장은 “세계적으로 생물 다양성이 높고 생태적 가치가 높은 비무장지대 생태축을 연결함으로써 희귀 동·식물의 서식처를 보전하고, 통일을 대비한 정부 부처 간의 협업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