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지난 2012년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추진했다가 국토부 등의 반대로 무산된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 하구 모습. 환경단체들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임진강 하구의 습지를 보전하기 위해 이 일대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주환경운동연합 제공
한강 하구와 함께 국내에서 생물 다양성이 가장 높은 철새 도래지로 꼽히는 임진강 하구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자는 움직임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경기도 의회와 임진강지키기 파주시민대책위원회, 경기환경운동연합, 푸른경기21 등은 23일 파주 임진각 디엠지생태관광지원센터에서 ‘임진강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위한 현장방문과 시민토론회’를 연다.
경기도 의회와 환경단체들은 임진강판 4대강 사업이란 비판을 받던 국토부의 ‘임진강 거곡·마정지구 하천정비사업’이 지난해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서 반려로 사실상 물 건너가자 임진강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해 본격 나섰다. 국토부는 지난해 환경영향평가서 반려 이후 평가서를 수정해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새 정부 들어 하천관리 업무가 환경부로 바뀐데다 국토부장관 내정자인 김현미(더불어민주당·고양정) 의원도 4대강 사업 등 무분별한 하천개발사업에 비판적 입장이어서 임진강에 대한 대규모 준설 등 정비 사업이 다시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토론회는 국제 환경전문기구인 이에스피(ESP)아시아사무소 이나무 소장이 ‘생태계서비스 측면에서 본 임진강 습지보호지역 지정 필요성’을, 최덕림 순천시 안전행정국장이 ‘순천만 보호지역 지정 사례와 지역주민과 지역사회의 변화’에 대해 주제발표를 한다. 국내 유일의 흑두루미 서식지로 갈대 군락인 순천만은 2003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뒤 주민 참여형 습지 보전과 생물 다양성 증진, 생태 관광 성과에 대한 따라배우기가 국내외에서 줄을 잇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환경부가 5년전 추진했던 파주시 문산읍 장산리 초평도 하단에서 한강 합류 지점까지 임진강 하구 13.2㎢에 대해 습지보호지역 우선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 환경부는 2012년 임진강 습지보호지역을 추진했다가 국토부와 파주시,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환경부는 당시 지정 이유로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임진강 하구 습지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인 두루미를 비롯해 저어새, 큰기러기, 개리 등 희귀 철새의 중간 기착지, 월동지이며, 황복·뱀장어 등 회귀성 어종의 산란지로 보전 가치가 매우 높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애초 2010년 초평도와 문산천 하구, 장단반도까지 16.6㎢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려 했으나, 파주시와 토지 소유주들의 반대로 범위를 줄였다. 앞서 환경부는 2006년 장항습지, 산남습지, 공릉천 하구 습지, 성동습지, 시암리습지 등 김포·고양·파주·강화 일대 60.6㎢를 한강 하구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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