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비행장에서 전투기가 이착륙하는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비행기의 소음으로 인한 주민 피해자 숫자가 30만명을 넘는 경기도에 항공소음 전담 부서조차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들은 소음 피해는 물론이고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한 소송도 각자 알아서 해야 하는 등 이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
‘경기도의회 항공기 소음피해 대책 특별위원회’(특위, 위원장 서영석)는 14일 도 의회에 1년6개월에 걸친 항공기 소음 피해 활동 결과 보고서를 냈다. 특위는 2015년 민간 공항인 김포공항 주변 지역 주민들의 항공기 소음 피해 조사와 대책 마련을 위해 구성됐다.
지난달 특위가 마련해 경기도 의회를 통과한 ‘경기도 공항소음 피해지역 주민에 대한 지원 조례안’은 처음으로 경기도지사에게 주민들의 소음 피해 실태를 조사하는 책임을 부여했다. 또 경기도와 시·군은 주민지원센터를 설치해 소음 피해 지원 사업을 하도록 했다. 당장 김포공항 주변인 김포·부천·광명시의 피해 주민 13만명이 소음 피해 지원 대상이 됐다.
하지만 경기도에는 항공기 소음 피해 전담 부서도 없어 이번에 만들어진 조례의 실효성을 의심케 한다. 특위 박재순 의원(자유한국당·수원3)은 “철도국에서 웬 항공기 소음 피해를 담당하냐. 결국 개인이 피해 구제를 받든 말든 알아서 하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환경국이냐 철도국이냐 하는 논란 끝에 과거 항공 물류 업무를 맡은 적이 있는 철도물류정책과로 배정됐다. 직원 1명이 맡고 있다”고 말했다.
조례안이 적용 대상을 민간 공항으로 한정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정작 피해가 큰 수원·성남 비행장은 물론 미군이 쓰는 평택 오산기지(K-55)와 미 육군 헬기장이 위치한 험프리기지(K-6)는 등 군 공항은 모두 빠졌다. 군 공항은 조례의 근거가 된 ‘공항소음 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다.
그러나 주민들의 피해는 민간 공항보다 군용 공항이 훨씬 더 크다. 경기연구원은 ‘경기도 주요공항 주변지역 항공기 소음피해 대책 연구’에서 “군용 항공기의 소음도는 민간 항공기의 10배나 더 크다”고 밝혔다. 군용 항공기 1대의 소음이 민간항공기 10대의 소음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경기도 군용 비행장 소음 피해 규모도 수원비행장이 4만5971가구, 13만여명이라는 정도만 파악된 상태다. 평택지역 미군 전투기 공항 2곳은 아예 소음대책 대상에서 빠져 피해 주민 수나 실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서영석 위원장(민주당·부천7)은 “고통받는 주민은 많은데 법률적 미비점이 있는데다 주민들의 피해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경기도마저 체계적 관리 시스템이 부재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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